지난주 국내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졌지만, 코스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공포에 급락세를 이어갔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으로 인한 공포가 진정되면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펀더멘털이 확인된 종목들을 위주로 증시가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설 연휴 이후 4% 넘게 하락했다. 연휴 이전 코스피는 2,250선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하며 공포감이 확대되면서 지수가 100포인트 가까이 빠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번 조정으로 코스피의 상승 여력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의 현재 목표 주가지수와 현재 주가지수의 차이는 513.55포인트로 상승 여력은 23.6%로 확대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이 진정되면 최근 발표되기 시작한 기업 실적이 주가에도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실적 개선 기업들의 경우 급락장에서도 주가가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LG이노텍(011070)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등은 지난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코스피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메리트가 있는 기업 중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는 기업을 매수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며 “특히 이번 실적 발표에서 예상보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주식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호한 실적 발표에도 아직 주목받지 못한 기업들도 있다. 삼성전자는 IM(IT·모바일) 부문과 CE(소비자가전) 부문의 실적이 개선됐고, 올해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업황 회복이 예상되지만 최근 기대감이 선반영됐다는 투자자들의 판단에 주가가 조정받았다.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삼성증권 등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증권업종의 경우도 최근 주식시장의 투자심리 악화 영향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이외에도 대림산업 등 건설주와 신세계·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유통주 역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종목들이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에 따른 수혜업종으로 단연 IT(정보기술)·하드웨어를 꼽았다.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면서 업사이클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2019년 미중 무역분쟁으로 급감한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미치는 수요 충격은 단기에 그칠 전망”이라며 “반도체 업황은 현재는 업사이클 진입 국면이기 때문에 단기 주가 조정은 매수 기회”라고 분석했다. 또한, 올해 프리미엄 중심의 수요교체가 예상되는 전기전자 및 스마트폰 업종 역시 5G(5세대) 신규 수요 증가를 감안하면 반등이 예상된다는 전망이다. 다만 김수연 연구원은 “지난해 말 이후 시장을 주도해온 IT는 실적 예상치보다 주가가 먼저 오른 상태라 실적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약·바이오 업종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이후 국내 증시에서는 바이러스 진단이나 예방 백신 치료제 등 관련 바이오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이번 사태로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고, 관련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되면서 투자심리 역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진단키트 개발·백신 치료제 개발 관련 기업의 단기적 수혜가 예상된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들 기업에 대한 관심 지속 및 수액 공급 기업으로 수혜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올해 실적 성장이 예상되는 인터넷·미디어 업종이 관심 업종으로 꼽혔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T·M·T(테크·미디어·텔레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등 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인터넷·게임 및 미디어·엔터 등을 비중 확대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실질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으로는 유통·화장품 업종 등이 꼽혔다.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유동 인구가 많은 백화점·마트 등을 방문하는 이용객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특히 국내 유통·화장품 업종의 경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 매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당분간 주가 및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사스(SARS) 사태가 종결된 시점은 2003년 7월이었으나 유통기업들의 주가는 4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음을 염두에 둔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