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동십자각]김정은이 '에스토니아 모델' 선택했더라면

민병권 바이오IT부 차장

민병권 바이오IT부 차장민병권 바이오IT부 차장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 측이 북핵위협의 와중에 제안한 주한미군 재조정 문제를 풀어야 했다. 미국 측의 속내를 알고 싶었던 노 당선인은 재미학자 C교수(훗날 열린우리당 의원) 등 여러 채널로 미국과의 물밑접촉을 시도했다. 미국 아태차관보 등과 면담하고 귀국한 C교수는 노 당선인에게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노 당선인은 수심에 차 주한미군 철수 시 우리의 대응카드를 물었다. C교수는 “우리 군이 독자 핵무장을 하고 군비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 자리에 배석했던 노 당선인의 외교안보정책 라인 핵심측근들도 C교수의 답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는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범여권 주요 인사가 사석에서 필자에게 전해준 뒷이야기다. 해당 인사는 또 노무현-조지 W 부시-김정일 정권 당시 북핵협상이 진전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북측이 미국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대가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야기는 두 가지를 시사한다. 북한이 요구하는 핵협상의 반대급부는 한미가 수용하기에 과도한 수준이라 협상 타결이 어렵다는 점, 그리고 북한이 핵을 지렛대로 삼아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데 성공하더라도 독자 핵 무장을 하고 군사력을 한층 높인 대한민국과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북한에는 실질적 이득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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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어떨까. 북측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에 체류하기도 했던 한 고위당국자는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 당시 필자를 포함한 몇몇 언론인에게 사석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이 금을 비롯한 지하광물을 깔고 앉아 있으니 국제 경제제재가 더 심해지더라도 걱정하지 말라고 측근들에 이야기한다더라”고 전했다. 북한이 최근 동창리 미사일 기지를 복구한 것으로 미뤄 김 위원장의 기존 생각이 바뀐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우한 폐렴’ 사태처럼 북한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중국과의 인적·물적 이동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면 믿고 있는 지하자원은 판로를 잃게 된다. 접경한 러시아 또한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어 북한을 돕는 데는 한계가 있다.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난 후 개방과 혁신투자로 세계적 정보기술(IT) 산업의 강국이 된 ‘에스토니아 모델’을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중국에 버금가는 해커부대를 기를 정도의 역량을 스마트 산업에 쏟았다면 4차 산업혁명의 다크호스로 떠올랐을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과감히 개방개혁하고 핵에 쏟을 돈으로 IT산업에 투자하는 것만이 답이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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