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시카고’라 불리는 우한市
철강·군수산업 통해 경제 핵심축
신종 코로나로 산업피해 입겠지만
성장잠재력 커 韓기업 주시해야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새해가 엉망이 돼버렸다. 단순히 통제가 쉽지 않은 전염병 전파만이 아니다. 혹시 이것이 경제활동을 급격하게 위축시켜 그렇지 않아도 녹록지 않은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세계적인 불황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신종 코로나 확산은 중국의 최대·최장의 명절 춘제 휴가철과 연계돼 더욱 심각하게 된 측면이 있다. 14억 인구 중 반 이상이 움직이는 엄청난 귀향 인파의 유동이 있다. 또 연간 1억5,000만회 정도로 추정되는 중국인의 해외여행도 상당 부분 이 시기에 몰린다. 결국 신종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게 돼버렸다. 급기야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가 우한에 전세기를 파견해 자국민을 귀국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사실 우한 지역은 역사적으로 중국 정치·경제의 중심이었다. 많은 왕조의 수도이기도 했다. 19세기 후반 중국의 자체적인 근대화 과정에서 중국 최초의 근대적 제철소인 ‘우한강철’도 들어선 곳이다. 지금은 상하이의 바오산강철에 합병돼 바오우강철의 일부분이 됐다. 우한은 한양·한커우·우창등 3개 지역이 합쳐져 이뤄진 거의 경기도만 한 초대형 도시다. 중국과 소련 간 분쟁시기에 중화학공업단지를 내륙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군수 관련 산업이 이쪽에 집중 배치됐다. 자연히 인재양성을 위한 학교 교육도 발전하게 됐다. 결국 중국의 개혁 개방 시작 전까지는 과거 ‘동양의 시카고’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중국 경제의 전통적인 핵심지역이었다.
우한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주목됐다. 고속철도 조기 건설의 최대 수혜지역이다. 베이징 출발 남북간선과 상하이 출발 동서간선이 만나는 몇 안 되는 교차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도 중국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과거 조차지가 있던 관계로 외국인들에 대한 태도도 비교적 개방적이다. 도시재생 사업도 상당히 빨리 이뤄졌다. 그만큼 생산과 동시에 소비지로서의 매력도를 더해갔다. 그만큼 유동인구가 몰리는 지역이다. 상주인구 1,000만명 이상의 15대 거대도시 중 하나가 됐다. 최근에는 중국 반도체 산업 국산화의 첨단지역으로 더 잘 알려졌다. 우한대·화중과기대를 중심으로 베이징 칭화대와의 협력의 핵심지역이다. 또 중앙정부 주도의 막대한 반도체발전기금 수혜를 통해 중국의 실리콘밸리를 지향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중원지역의 경제 핵심지역이 됐다.
신종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독감이라도 걸려 기침을 하면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철저히 인식하게 됐다. 동시에 경제발전이 가속화하면서 전통적 경제지역이 제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을 재인식시켜준다. 우한의 새로운 경제적 중요성이다. 1978년 개혁 개방정책 채택 이후 지난 40년간은 중국의 연안지역, 특히 광둥성을 중심으로 한 남부 해안지역이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소득 1만달러를 넘어선 만큼 향후 20여년간의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이 맥락에서 우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원지역, 청두·충칭을 중심으로 한 중서부지역이 경제의 핵심축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이 지역의 성장률이 전국 평균을 웃돌아 6% 후반~7%대를 기록하는 데서도 잘 읽을 수 있다.
세계 공급사슬 측면에서도 중국을 중심으로 역내 공급사슬이 상당한 진척을 이루고 있다는 데 대한 전략적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는 세계 공급사슬에만 주목해왔다. 세계 공급사슬의 하부로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역내사슬이 엄연히 구축돼가고 있다. 이는 언젠가 중국 주도의 역내 공급사슬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성을 인식시켜준다. 우리 기업들도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 우한처럼 인구가 많은 지역을 계속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의 본격적인 경제발전은 어쩌면 앞으로 올 미래인지도 모른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돼 새해 새로운 시작이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