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전통의 가나아트가 용산구 한남동의 최고급 주거단지로 유명한 나인원에 입점해 오는 3월 27일 개관전을 연다. ‘나인원 한남’은 국내 아파트 사상 가장 높은 분양가로 주목받은 곳이다. 종로구 평창동에 본관을 둔 가나아트센터는 지난 2018년 4월 한남동 대사관로의 사운즈 한남에 분관을 열어 주변 지역의 젊은 컬렉터들을 끌어모았다. 다만 20평 정도의 좁은 전시 공간에 한계를 느끼면서 이번에 나인원 한남에 40여평의 새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가나아트 관계자는 “한남동은 강남·북에서의 접근성이 최고 강점”이라며 “방문객이 미술 관람이라는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찾아오지 않는 만큼 문화시설의 집적 효과가 필요한데, 여가와 문화생활 전반을 누릴 수 있는 곳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이미 갤러리아백화점의 식품관 ‘고메이494’와 프랑스의 하이엔드 오디오브랜드 ’드비알레’ 등의 입점이 확정됐다. 대로변에 맞닿아 있어 외부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도 갤러리 운영에 유리하다.
가나아트의 나인원 입점은 침체된 미술 시장에서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공격적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해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4,482억원(2018년 기준)으로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매시장도 전년비 30% 가량 줄며 어렵게 이룬 2,000억 원대가 무너졌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갤러리와 경매회사들은 어려운 시장여건에도 수요가 높은 해외작가를 적극 소개하거나 신규 공간을 여는 등의 방법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가나아트의 경우 신규 컬렉터 개척과 해외 유망작가 소개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평창동 본관 전시가 원로급 작가들의 묵직한 작품들 중심이라면 한남점에는 외국에서 주목받는 ‘핫’한 작가들을 선제적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유학파와 전문직을 위시한 3040의 젊은 컬렉터 층은 실시간으로 활동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외국 작가에 대한 선호가 높다. 게다가 동세대로서 작품에 대한 공감도가 높은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종로구 삼청로에 본관을 둔 학고재갤러리가 지난해 청담점을 개관해 해외 유망작가를 중심으로 작지만 알찬 전시를 선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학고재는 최근 팔판동 한옥 공간에 ‘학고재 디자인 프로젝트 스페이스’를 열고 국내 신진작가 발굴에도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경매회사인 케이옥션은 지난달 말 강남구 신사동 사옥 맞은 편에 온라인경매 전용 전시장을 신설, 매주 ‘위클리 온라인경매’를 개최하며 판화 등 실속있는 중저가 미술품을 선보이고 있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본사와 가까워 방문이 용이하고 작품 하나하나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면서 “인근의 서울옥션 강남센터, 호림박물관과 아뜰리에에르메스,스페이스C(코리아나미술관),플랫폼L(루이까또즈미술관) 등까지 도산공원을 중심으로 문화특구를 형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개관한 서울옥션 강남센터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세워갈 계획이다. 경매 출품작만 선보이는 게 아니라 도서와 요가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며, 서브컬처인 그래피티(벽화) 등을 소개하며 옥션의 고정관념을 깨고 활동 폭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