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이 보험업계의 만성 적자상품으로 전락한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정상화 방안을 올해 주요 연구과제로 제시했다. 주요 대책으로는 정부의 가격 통제를 받는 자동차보험의 보험료 자유화 방안, 의료 이용량에 따른 실손보험료 차등화 방안, 비급여 진료에 대한 가격 통제 방안 등이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철경(사진) 보험연구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실손보험은 손해율 상승으로 지속 가능성 이슈가 제기되고 있고, 차보험은 3~4년 주기로 손해율 상승-제도 개선-보험료 인상-손해율 하락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며 “상품과 제도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은 구조적 문제로 적정가격의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 상품 모두 손해율에 따른 요율 갱신을 통해 보험료를 조정하는 게 본래 취지지만 실손보험은 3,400만명이 가입한 ‘제2의 건강보험’이라는 이유로,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정부의 가격 통제를 받았다. 이에 보험연구원은 실손보험에 대해서는 보험료 차등화 등 현재 공·사보험협의체에서 진행 중인 제도개선을 지원하는 단기 과제는 물론 중장기적인 보완 방안을 연구하고 자동차보험에 대해서는 가격 자유화 현황에 대한 진단과 해외 사례 연구를 통해 개선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안 원장은 올해 보험연구원의 연구 슬로건으로 ‘건강한 보험생태계 재구축’을 제시했다. 안 원장은 “생태계의 건강은 곧 선순환에 있는데 보험산업에서의 선순환은 보험회사가 소비자 니즈를 충족하는 상품을 적정가격에 적시에 공급하는 것”이라며 “감독자는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경쟁에서 도태된 보험회사의 질서 있는 퇴출을 유도하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세부 연구과제도 연구 슬로건에 입각해 정해졌다. 보험회사 경영자에 대한 보상체계 연구과제는 장기적 관점의 보험사 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선결 과제로 연구원은 국내 경영자 보상체계와 미국 사례를 비교해 정책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보험 최고경영자(CEO)의 단기 성과주의는 금융당국도 올해 주요 개선과제로 꼽고 있는 만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상품 기획과 판매, 유지·관리 등의 경영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보상체계 모델이 연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표] 보험연구원 2020 연구과제
·전속 설계사의 판매조직 구조개편과 운영에 관한 연구
·실손의료보험제도 정상화 방안
·자동차보험 가격자유화 현황 및 향후 방향
·보험회사 경영자에 대한 보상체계 연구
·한국사회의 신뢰도와 보험산업의 모럴해저드
·파라메트릭 보험 활용사례 연구 등 26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