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종로구 출마를 두고 당 내부가 분열하고 있다. “죽더라도 나가라” “지는 싸움을 하면 전체 판세가 기운다”로 의원들이 나뉘어 있다. 당내에서는 이 문제가 당협위원장도 없는, 버린 지역구인 종로구 전략을 미리 못 세운 것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황 대표가 거취 결정을 미룬 것이 얽히며 일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6일 한국당에 따르면 최근 공천관리위원회와 의원총회에서 황 대표의 종로행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영남권 의원들과 수도권 의원들이 황 대표의 종로구 출마를 두고 이견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이 공천에서 ‘물갈이’를 하겠다고 칼을 겨눈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의원들이 특히 황 대표의 종로구 출마를 강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가 희생 없이 영남권 중진들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키면 지역 민심도 돌아선다는 논리다. TK 지역의 한 의원은 “지역에서 따로 조사한 결과 황 대표의 지지율이 이미 30% 중반에서 20% 초반까지 하락했다”며 “더 떨어지면 황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내리는 출마자들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 의원들은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야당 대권 주자 1순위인 황 대표가 종로에서 지는 싸움을 하면 수도권 전체 판세가 열세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총선은 ‘정권 심판’이 돼야 하는데 종로에서 이낙연 전 총리와 맞붙는 순간 ‘미니 대선’이 돼 지면 총선은 물론 대선 패배와 같은 구도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가 시끄러워지자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여당의 ‘종로 미니 대선’ 프레임에 말려들었다는 것이다. 19대·20대 총선에서 정세균 총리가 승리한 종로구에는 한국당의 지역조직이 이미 와해된 지 오래다.
실제로 한국당은 종로구에 지역조직과 당원을 관리하는 당협위원장도 없다. 한국당 당직자는 “정인봉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하다 이숙연 전 종로구 의원이 그나마 지역관리를 해왔다”며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지역조직이 거의 무너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황 대표가 종로에 가려면 적어도 지난해부터는 지역조직을 재건해야 했다”며 “지금 종로에 가라는 것은 가서 죽으라는 말과 같다”고 설명했다. 전날 이석연 공관위원이 대외적으로 종로 출마를 요구하자 황 대표가 “위원들이 공관위 회의가 아닌 곳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개 경고한 것도 이 같은 사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종로 회피’ 논란을 황 대표가 키웠다는 비판도 있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장외투쟁에 열을 올리느라 총선을 대비한 바둑을 두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수도권은 이 전 총리, TK는 김부겸 의원, PK는 김두관 의원 등 경합 또는 열세 지역에 거물급을 미리 앉혀 전국구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당은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고향 출마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당은 황 대표뿐 아니라 거물급 인사 모두가 ‘빅매치’를 거부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대표가 직접 험지전투를 요청하고 지역구도를 선점했어야 했는데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