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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비상 걸린 대기업

무디스·S&P 등 국제신용평가사

"中 공장 둔 현대차·LGD 등 피해

정유·화학·철강도 직격탄 가능성"

해외투자자 자금 이탈할까 우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둔 전자·자동차 업종은 물론 정유·화학·철강 업종들도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게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분석이다.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해외 투자자금이 이탈하거나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해 기업들의 자금난을 불러올 수 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기업들의 신용 위험을 분석하면서 신종 코로나의 위험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무디스의 경우 지난 6일 SK이노베이션과 SK종합화학의 신용등급을 각각 기존의 ‘Baa1’에서 ‘Baa2’로 끌어내리면서 실적 부진과 더불어 신종 코로나에 따른 중국 경기 하강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의 신용평가에 신종 코로나가 직접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같은 날 신종 코로나 사태로 아태 지역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부정적 영향이 오는 6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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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중국 현지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자동차 및 반도체·전자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와이어링 하니스(전선 및 전선을 물리적으로 고정하기 위한 부품)’ 등 중국에서 생산되는 부품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베이징·충칭·창저우에 위치한 완성차 생산 라인이 4일부터 셧다운(일시정지)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한 현대차(005380)의 신용등급은 ‘BBB+(안정적)’이지만 차량 생산 중단이 장기화하면 실적악화에 따른 신용등급의 추가 강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디스플레이 업종도 신종 코로나 위험도가 높은 산업으로 분류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인 우한에 위치한 외주 모듈 전문 업체 스카이텍이 이달 중순까지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LG디스플레이(034220)의 옌타이·난징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추가로 악화될 경우 모(母)기업인 LG전자(Baa3)의 신용등급도 덩달아 흔들릴 수 있다.

이밖에 정유·화학·철강 등 중국 수요가 많은 원자재 업종의 기업들도 경기 둔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 외에 LG화학(A3), 현대제철(Baa2), KCC(Ba1) 등에 대한 신용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의 여파는 기업 실적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주요 기업 실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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