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서울 종로 출마를 공식화한 배경에는 ‘본인 결단이 늦을수록 당 총선 전선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황 대표는 앞서 지난달 3일 4·15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현 정권의 심판하기 위해서는 본인부터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 중진 용퇴·대표급 주자 험지 출마 등 쇄신론에 힘을 싣는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한 달여가 지났으나 황 대표가 거취를 두고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또 위기론으로 번졌다. 당내는 물론 여당에서조차 “현직 대표는 꽃신 신겨 양지로 보내고, 전직 대표는 짚신 신겨 컷오프 하고 사지로 보내느냐(홍준표 전 대표)”, “왕이 도망치면 신하는 혼비백산하기 마련(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는 조소 섞인 비아냥이 나올 정도였다. 게다가 ‘죽더라도 나가라’, ‘지는 싸움을 하면 전체 판세가 기운다’는 등 당내도 둘로 쪼개졌다. 그만큼 황 대표의 결단이 늦어지면서 당 안팎이 설왕설래가 잦았던 셈이다. 하지만 이날 종로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우려는 안도로 또 총선 승리에 대한 기대감의 불씨로 작용했다.
한 대구·경북(TK) 지역 중진 의원은 “(황 대표 결단) 시기에 대해서는 늦으니, 빠르니 하나 정치에는 그런 게 없다”며 “늦었지만, 제대로 된 판단을 내렸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도 “도망가는 장수의 모습으로는 (총선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제라도 (종로 출마 쪽으로) 판단을 내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TK 지역 의원은 “장고하는 모습으로 우려를 일으키기는 했으나 지금이라도 결정한 건 잘한 일”이라며 “(황 대표가 종로에서) 선전하는 모습이 전체 선거 판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승패와 관계없다. 치열하게 (승부)하는 모습이 전체 선거를 이끌어가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응원했다.
게다가 황 대표는 본인 종로 출마로 TK·부산·경남(PK)지역, 중진 등 의원에 대해서도 험지 출마 등 결단을 내리게 해 수도권 등에서 야당 바람을 일으킬 이른바 ‘어벤저스’ 팀을 꾸릴 명분도 되찾았다. 황 대표가 이날 서울 영등포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당이 어려울수록 대표·지도자급이 내가 먼저 죽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앞장서야 한다”고 말한 점도 이를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본인이 종로에서 이낙연 전 총리와 대결을 펼치는 험로를 선택함으로써 당내 쇄신을 앞당긴다는 취지다. 나아가 ‘물갈이’ 등을 통한 세대교체와 더불어 현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워 4·15 총선에서 한국당 승리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무능정권, 부패 정권, 오만 정권의 심장에 국민 이름으로 성난 민심의 칼을 꽂겠다”며 “대한민국의 찬란한 성공신화를 무너뜨리는 문 정권의 역주행 폭주를 최선봉에서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종로 선거는 개인 후보 간의 대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망친 문재인 정권과 이 정권을 심판할 미래 세력의 결정이기 때문에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같은 지역에 출마한 한국당 전신 새누리당 전 당 대표 이정현 무소속 후보에 대해서는 “문 정권의 좌파 폭정을 막는 데 뜻을 같이 하면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현덕·방진혁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