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로구 삼청동 문화거리. 한때 ‘핫 플레이스’로 일컬어지던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휑한 모습이다. 거리를 따라 늘어진 상가에는 1·2층 가리지 않고 절반 이상이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태원 상권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입지로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역세권 대로변에도 텅 빈 상가가 수두룩한 상황이다.
본지가 한국감정원의 지난해 4·4분기 중대형 상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 공실률 상승은 물론 투자 수익률마저 최악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원 조사 대상 상권 190곳 가운데 무려 35곳이 수익률이 0%대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곳도 있을 정도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온라인 성장, 자영업 경기 침체 등 각종 악재로 지방은 더더욱 안 좋고, 수도권 상가 시장도 위태위태하다”고 분석했다.
◇ 지역별 공실률 상위지역 보니 =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기준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1.7%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서는 이태원 공실률이 26.4%로 가장 높았다. △사당(16.7%) △테헤란로(14.1%) △화곡(13.8%) △혜화동(13.7%) △신촌(11.6%)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경기·인천에서는 인천 신포동 일대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24%로 가장 높았다. 이어 △포천 시외버스터미널(19.6%) △인천 구월간석(18.3%) △수원 팔달문로터리(17.7%) △고양시청(17.2%) 등으로 공실률이 높았다. 지방의 경우 공실률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울산 신정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4·4분기 기준 37.1%에 달했다. 충남 태안(35.4%), 경북 상주동문동(28.5%) 등도 텅 빈 상가가 수두룩했다. 대구광역시 수성범어(26.8%)와 계명대(26.6%) 상권 또한 20% 이상의 높은 공실률을 기록했다. 공실률 상승은 서울과 지방, 고가 상권과 저가 상권을 가리지 않는 모양새다.
◇ 조사대상 190곳 중 35곳은 0%대 수익률 = 설상가상으로 투자 수익률도 악화일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감정원 조사대상 상권 190곳 가운데 35곳은 0%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경남 창원역의 경우 -0.38%로 마이너스 수익률까지 보였다. 전체 상권의 18.9%에 달한다. 1~2% 사이의 수익률을 보이는 상권은 101곳, 2~3%의 경우 50곳이었다. 반면 투자수익률이 3%를 넘기는 상권은 △용인 수지(3.2%) △경기 광주시가지(3.11%) △성남 구시가지(3.03%) 3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수익률이 가장 급격하게 하락한 지역은 광주 금호지구였다. 1·4분기 2.45%에서 4·4분기 1.02%로 1.43%포인트 하락했다. 부산 하단역(1.66%→0.52%)과 경성·부경대(2.03%→0.82%) 상권 또한 1%포인트 이상 수익률이 내렸다.
무권리금 점포도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1일 기준으로 전국 24개 도시 평균 권리금은 4,276만원을 기록했다. 2018년 4,535만원에서 5.7%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권리금이 형성된 상가 비율이 2018년 62.7%에서 지난해에는 61.2%로 1.5%포인트 감소했고, 수년간 지역 경기가 침체한 울산은 같은 기간 권리금 형성 비율이 70.3%에서 54%로 16.3%포인트 줄었다.
조 연구원은 “내수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 소셜커머스·배달 애플리케이션 등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매장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며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가 임차인의 폐점이 늘어나면서 상가 공실도 전국적으로 증가하면서 수익률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