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일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에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던진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빅매치’가 성사된 지난 7일 이후 처음으로 맞은 일요일인 9일 나란히 ‘지역 밀착’ 행보를 펼쳤다. 이 전 총리는 종로의 교통 개선을 위해 용산~고양 삼송 간 신분당선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으로 쇠락한 종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현 정권에서 총리직을 수행했던 이 전 총리와 전 정권의 총리였던 황 대표의 대결은 단순한 지역구 선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선 진보와 보수의 대결 양상을 띤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 주자 지지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들이 각각 여권과 야권의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미리 보는 대선’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종로 지역구는 지금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윤보선 전 대통령 등 3명의 역대 대통령을 배출했다.
이 전 총리는 여당의 힘을 바탕으로 한 지역 발전 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이날 사직동의 한 커피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년이 돌아오는 종로로 바꿔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 보육, 주거환경과 산업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면서 “교통이 원활한 종로를 만들기 위해 고양 삼송과 용산 간 신분당선 연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청년이 돌아오는 종로와 교통이 원활한 종로 외에도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역사문화도시 종로, 도시재생 사업을 통한 주민 삶의 질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면 황 대표는 먼저 문 정권의 ‘경제실정’을 부각시킨 뒤 ‘경제 살리기’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관철동 ‘젊음의 거리’를 찾아 상가 공실을 둘러봤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옛날의 활력은 다 없어지고 보는 것처럼 문을 다 닫았다”며 “잘못된 정책으로 망가뜨린 종로의 경제를 되살려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트랙’으로 주민 중심의 경제정책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증진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 대표는 이 밖에도 모교인 성균관대와 정독도서관(옛 경기고 터)을 방문했다.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은 없었지만 당끼리의 신경전은 벌어졌다. 민주당은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을 ‘억지로 떠밀린 행보’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예비후보로 등록하지도 않고 종로 일대를 다니며 정당이 아닌 개인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면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가 보유했던 잠원동 주택보다 15억원이나 더 비싼 황 대표의 서초구 자택의 처리 과정을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민주당의 논리라면 이 전 총리는 ‘임종석 카드’가 무산되자 등 떠밀려 출마했기에 예비후보 등록이 그리 늦었단 말인가”라며 “이 전 총리야말로 예비후보 등록 한참 전인 지난달 24일 종로구의 재래시장을 방문했고, 지하철 개찰구 카드 단말기 방향마저 착각하는 촌극을 빚은 바 있다”고 비판했다. /임지훈·구경우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