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로즈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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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의 창업자 세실 존 로즈는 제국주의자이자 인종차별주의자로 악명을 떨쳤다. 1853년 영국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1870년 남아프리카로 건너가 다이아몬드와 금광 사업을 시작했다. 1888년 로스차일드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창업한 후 광산뿐만 아니라 철도·통신 사업 등을 통해 부를 축적했으며 1890년에는 남아프리카 케이프주 총독까지 올랐다.


‘아프리카를 정복해 영국 식민지로 삼겠다’는 야심을 불태우며 아프리카 각지에 원정군을 보내 학살과 고문·약탈 등을 자행했다. 하지만 보어인과 마찰을 빚고 건강까지 나빠지면서 1902년 3월26일 48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2015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 학생들이 제국주의자 로즈의 흔적을 지워야 한다며 ‘#로즈머스트폴(RHODESMUSTFALL) 캠페인’을 펼쳐 대학 내 로즈 동상이 철거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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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로즈는 세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장학금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로즈의 유언에 따라 1902년 설립된 로즈 장학재단이 매년 80여명의 학생을 선발해 영국 옥스퍼드대 학비와 생활비는 물론 여행비까지 지원하고 있어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제임스 풀브라이트 전 미국 상원의원 등 수많은 리더들이 로즈 장학생 출신이다.

최근에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로즈 장학생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다. 부티지지는 하버드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로즈 장학금을 받아 옥스퍼드대에 유학한 후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다. 해군 정보장교로 복무했으며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돼 훈장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이혜민씨가 한국 국적으론 처음으로 로즈 장학생에 뽑힌 바 있다. 부티지지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설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세계인의 관심이 38세 젊은 정치인에게 쏠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정민정 논설위원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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