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주택을 살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30년 만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3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 부담이 크게 줄어 올봄 주택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데다 주택 보유자들이 추가 구매에 나설 수 있어 처음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은 불안에 떨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미 국영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맥 자료를 인용해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평균 금리가 3.45%(2월6일 기준)로 3여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일주일 전의 3.51%보다 0.06%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4.41%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하면 거의 1%포인트가 떨어졌다. 15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평균 금리도 2.97%로 3년만 최저를 나타냈다.
WSJ는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모기지 금리도 동반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모기지 금리는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과 연동돼 움직이는데 최근 국채가격이 상승(수익률 하락)하면서 모기지 금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중국 성장률 추락 우려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은 지난해 11월 1.942%까지 올랐다가 이달 7일 1.584%로 떨어졌다.
낮은 모기지 금리에 주택을 구매하려는 미국인들이 늘면서 올봄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호황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가 발표한 12월 기존 주택판매(계절조정치) 건수가 전월 대비 3.6%, 전년동기 대비 10.8% 증가한 554만채를 기록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사들이 연장한 주택대출은 2조4,000억달러로 지난 2006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대출금리가 떨어졌더라도 집값이 올라 최초 주택 구매를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부동산중개사인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미국 주택 중간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6.9%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 추가 대출을 받거나 추가 구입에 나설 경우 집값이 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낮은 이자가 집값을 밀어 올릴 수 있다”면서 “주택 최초 구입자들에게 낮은 이자가 전적으로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