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H지수 ELS발행 급증...하루 22개 봇물

'코로나'에도 홍콩증시 상승반전

손실 위험 줄어들자 자금 몰려

H지수 ELS비중도 이달 44%로 쑥

"사태 장기화 우려...투자 신중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홍콩 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홍콩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이 크게 늘고 있다. 홍콩 증시가 앞으로 추가 하락보다는 상승 반전에 힘이 실리면서 손실 위험이 줄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발행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공모 ELS는 152개로 하루 평균 21.7개가 발행됐다. 홍콩H지수 ELS는 지난해 12월 일 평균 발행 수가 11.5개까지 줄었지만 1월 17.5개로 늘어나기 시작한 후 이달 들어서도 급증하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전체 발행 ELS 가운데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비중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H지수 ELS 비중은 25.3%였지만 올해 1월 41.3%로 늘어난 데 이어 이달에는 43.8%까지 증가했다.

특히 H지수 ELS는 지난달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후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주간 단위 발행량을 살펴보면 지난달 20일을 기준으로 전 3주간의 H지수 ELS 발행량은 총 303건으로 하루 평균 14.4건꼴이었지만 20일 이후 3주간은 총 433건, 일 평균 20.6건으로 43%가량 늘었다.


H지수 ELS 발행이 증가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H지수가 급락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ELS의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주요 지수 중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이는 H지수의 손실 가능성이 낮아지면 해당 ELS의 손실 가능성도 감소할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홍콩H지수는 지난해 말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타결 기대감에 급등하기 시작해 1만1,419.9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달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지난달 31일에는 1만240.51까지 내려앉았다. 이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면서 ELS의 손실 위험도 낮아졌다. 예컨대 지난 7일 발행된 홍콩H지수와 닛케이225지수·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한 ELS의 녹인 배리어(손실가능구간)는 기초자산 기준가격의 65%로 책정됐다. H지수의 경우 기준가격이 1만705.17로 투자기간 3년 동안 6,958.36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만기 시 약속된 쿠폰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최근 10년간 H지수의 최저점이 2016년 2월에 기록한 7,505.37로 7,00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음을 고려하면 이는 도달하기 쉽지 않은 수준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H지수 ELS 발행비율이 전체의 77.8%로 가장 높았던 5월의 경우도 H지수가 4월 1만1,881.68에서 1만400대까지 급락했던 시기였다.

지난달 급락한 후 H지수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단기 급락 후 반등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투자 부담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홍콩H지수는 최근 2거래일 동안 하락했지만 이달 3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홍콩 증시와 관련이 큰 중국 상하이지수도 3일 7.7% 대폭락한 후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여기에 최근 ELS의 조기 상환이 늘어나 재투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증권사들이 ELS 발행을 늘리는 과정에서 H지수의 발행 역시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지수가 급락하면서 ELS 손실 가능성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고 ELS 역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인 만큼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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