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금융상품으로 돈이 쏠리는 ‘단기부동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부동산 규제 강화 속에 지난달 초 실적 반등에 힘입어 증시로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돈이 단기자금시장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MMF 규모는 총 140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MMF 규모를 집계한 후 최고치다. 지난 한 주 사이에만 11조4,000억원이 MMF로 들어왔다. MMF는 기업어음(CP)·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얻는 금융상품이다.
7일 대고객 RP 매도잔액도 총 70조3,500억원으로 2017년 12월6일 이후 가장 높은 액수를 나타냈다. 금융회사들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기간(만기) 후에 되산다는 조건으로 고객에게 RP를 판다. 통상 증권사들은 만기 3개월 이내 RP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대고객 RP 매도잔액은 단기자금 수요를 파악하는 지표로 쓰인다.
단기자금 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은 뚜렷한 투자자산 대안이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16일 정부에서 시가 9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의 전세대출을 막는 등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줄어든 결과 단기자금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연초에는 단기자금이 증시로 대거 몰려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상장사 실적 반등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신종 코로나 이슈로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면서 유동성이 쉽사리 증시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 규제가 강해진 가운데 사모펀드·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사건사고도 연달아 발생하면서 투자할 곳이 없다고 느끼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것 같다”며 “그나마 최근에는 주식시장이 괜찮았지만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5% 정도 오른데다 신종 코로나 이슈까지 터지면서 투자자들이 쉽사리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유동성이 너무 풀린 가운데 부동산 투자까지 막히다 보니 자금이 갈 길을 잃어버렸다”며 “금융시장이 실물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려면 증시로 장기투자자금이 들어가 산업자본이 늘어날 수 있어야 하는데 부동산 선호 현상이 지속되는 한 이 같은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