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창작자가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전례가 없으면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반을 가져야 하고, 그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투자 배급을 맡은 CJ그룹의 이미경 부회장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카 이후’의 해외 진출 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CJ그룹 부회장이자 한국 엔터테인먼트계의 대모’로 소개된 이 부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단순 리메이크가 아닌 새로운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그는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콘텐츠를 확립하고 현지화해야 한다”며 “단순히 리메이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더욱 상세하고 정교한 전략을 가져야 한다”며 “지금은 정말 좋은 기회이고, 우리는 전략을 짜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1990년대부터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한 통 큰 투자로 한국 대중문화 산업 발전을 이끌었다. 그는 “1960년대 ‘보난자’ ‘도나 리치 쇼’ 등의 TV 프로그램과 ‘자이언트’ ‘대부’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의 영화를 보고 자랐다. 볼 수 있는 한국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나는 최선을 다해 모든 종류의 한국 콘텐츠를 알리는 데 집중했고 ‘사람들이 언젠가 한국 콘텐츠를 소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작품상 수상작으로 ‘기생충’이 호명된 뒤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한 사연도 밝혔다. 그는 “솔직히 마이크가 내려갔을 때 그게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몰랐다”면서 “(마이크가 내려가면)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의미를 알았다면 소감을 말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봉준호 감독이 자신은 말을 많이 했다면서 제가 소감을 말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톰 행크스와 샬리즈 세론이 ‘어서 말해(Go for it)’라고 외치는 모습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피날레인 작품상 수상 소감을 전할 시간이 짧기로 유명한 오스카 시상식에서 감독, 제작자 등이 래퍼처럼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톰 행크스와 샬리즈 세론은 이 부회장을 위해 ‘어서 말해’라고 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상식 날 입은 ‘기생충’ 의상도 화제가 됐다. 이 부회장은 오래전 구입한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콤므 데 가르송’ 빈티지 옷에 ‘기생충은 쿨하다(PARASITE is cool)’ ‘아임 데들리 시리어스(I’m Deadly Serious)’ ‘기생충을 사랑하라(Love PARASITE)’ 등 ‘기생충’에 나온 대사와 영화를 홍보하는 영어 문구들을 덧댄 의상으로 주목을 끌었다. 그는 이 의상이 출연 배우들의 눈을 가린 ‘기생충’ 포스터에서 착안한 것이라며 “(의상을 통해) 기생충의 어떤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이 영화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이번 일이 많은 해외 창작자와 영화 제작자들에게 열의를 불어넣을 것”이라며 “아카데미 투표권을 행사하는 회원들이 새로운 문화, 새로운 콘텐츠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점을 보여줬다. 한국 영화뿐 아니라 국제 영화 전반에도 문이 열린 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