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금융지주 회장들이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모양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지주(175330)는 김기홍 회장, 권재중 부사장 등 경영진 5명이 지난해 연말 자사주 총 5만120주(약 2억7,0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수했다. 김 회장이 2만주를 직접 샀고 이어 권 부사장, 김천식·이준호 상무 등도 각각 8,000주를 매입했다. 지날달 31일 주가 기준으로 2억8,000만원 가량이다. JB금융의 지속적인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은행업종 하락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책임경영 의지를 다지는 한편, 향후 경영 성과 및 그룹 방향성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실제 JB금융은 지난해 3,419억원(지배지분)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41.6% 증가한 실적으로 지난 2013년 지주사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이다. 계열사들 역시 이익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북은행(별도기준)은 전년 대비 9.0% 증가한 1,095억원의 순익을 기록했고 광주은행(별도기준)도 전년 대비 13.0% 증가한 1,733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JB우리캐피탈(연결기준)도 전년 대비 8.9% 증가한 819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해외에서도 성과가 좋았다. JB금융 손자회사인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ank)은 전년 대비 40.5% 증가한 20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인수 3년 만에 연결기준 그룹 순이익의 5.7%를 차지할 만큼 규모를 키웠다. 그럼에도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다. 현재 JB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3배다. PBR은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수치다. PBR이 기준선인 1보다 낮으면 주식이 저평가 된 것으로 해석한다. PBR 1미만은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 보다도 낮다는 의미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도 지난 12일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해 취임 이후 3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해 총 1만5,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뿐 아니라 지주와 계열사 임직원들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하고 있다. DGB금융 임직원들은 지난해 4차례 출연에 2,500여명의 임직원이 참여해 73만1,000여 주를 매입했다. 하지만 이날 기준 DGB금융지주(139130)의 PBR은 0.26배다. 지난해 1·4분기 0.31배에서 다시 떨어졌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PBR이 각각 0.50배, 0.47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금융지주의 주식에 대한 저평가 수준을 가름할 수 있다. BNK금융그룹도 지난해 김지완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 10명이 총 4만3,656주를 장내 매수한 바 있지만 PBR은 0.29배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지방금융 회장들이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효과는 미흡했다. 다만, 이번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 향상된 실적을 바탕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지방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방금융지주 주가가 지난 2017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며 주가 상승 기대가 줄어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모처럼 실적 반등에 힘을 받고 있어 자사주 매입이 반등의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