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 ‘불안의 시대’를 이겨내는 국가 리더십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강압적 1인 리더십 체제의 중국

코로나19 정보 통제·결정권 집중

초기 대응 미흡으로 공포만 키워

빠른 정보공개·원활한 소통 기반

타협점 찾는 사회적 리더십 필요

이면우 세종연구원 부소장이면우 세종연구원 부소장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현재 우리가 사는 21세기가 ‘불안의 시대’라는 점을 확연히 보여준다. 현대를 불안의 시대로 규정하는 것은 결코 새롭거나 최근의 일이 아니다. 19세기 중반 이미 인간의 실존적 상황으로서 ‘불안’의 개념을 제시한 키르케고르가 있었고 석유 위기를 경험한 지난 1970년대 후반 기존의 경제이론이 적실성을 상실해 ‘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한 갤브레이스가 있었다. 또 알랭 드 보통은 2000년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지위를 차지하려는 정신적 욕망에 의해 불안이 초래되고 있다고 주장했고, 기디언 래크먼은 냉전 붕괴 이후 진행된 ‘낙관의 시대’가 자유시장이나 민주주의, 그리고 기술 발전에 의해 가능했지만 이들 요인이 더 이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작금의 코로나19 사태에 동반된 불안이 새롭고 21세기적이라고 지적할 수 있는 이유는 이전의 메르스 사태처럼 그것이냉전 붕괴 이후 진행된 세계화의 흐름과 연관된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냉전의 붕괴, 즉 미소의 대립 또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을 종식하고 추진된 자본주의 및 자유무역의 세계적 확산과 여행의 자유화가 전염병의 세계적 확산도 야기했다는 것이다. 냉전 붕괴 이후, 특히 21세기에 접어들어서 나타날 새로운 위기 유형으로 테러리즘이나 환경 위협, 그리고 전염병과 같은 비전통적 안보위기가 제기됐는데 이러한 제기의 타당성을 이번 사태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종전과는 다른 내용과 양상으로 나타나는 위협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와 관련해서는 코로나19에 대해 중국 정부가 보여준 대응 태세가 좋은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중국은 사태 초기대응에 미흡했던 것이 드러났다. 이는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부족은 물론 사실을 숨기거나 회피하려는 움직임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초순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가 계속해서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었음에도 우한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셜미디어를 통해 감염 확대에 경종을 울린 의료종사자에 대해 수사를 벌였고 중앙정부 역시 그달에 진행된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전문가 시찰 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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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0일에야 감염 사태를 저지하고 사회의 안정을 지키자는 내용의 ‘중요 지시’를 내렸지만, 이때는 이미 코로나19가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도 발견된 후였다. 중국의 대처가 이처럼 늦어진 것은 앞서 언급한 인식 부족이나 사실 회피와 같은 측면 외에도 시진핑이라는 최고권력자 1인에게 모든 결정권을 집중시키고 정보를 통제하려는 독재적·권위주의적 체제의 맹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성장이라는 목표와 그를 위한 경로가 분명했던 1980~1990년대에는 강압적 1인 체제의 리더십이 효율적일 수 있지만 목표 달성 후 새로운 도약을 위해 모두의 창의력을 요구하는 21세기의 상황이나 일선 담당자의 순발력을 요구하는 위기적 상황에서 강압적이고 통제적인 리더십은 하부의 책임 회피를 유발하기에 효율적일 수 없고 시대착오적이다.

특히 2020년의 시점에서 21세기가 오히려 더 심한 불안의 시대라고 지적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희망이고 위안이었던 기술 발달이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컴퓨터의 보급으로 도입된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가 논의의 심화를 통한 민주주의의 고도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손쉽게 감성만을 자극해 가짜뉴스나 포퓰리즘의 득세를 초래해 진실을 가리고 있다. 이러한 불안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의 리더십은 사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소통해 차이를 인정하고 타협점을 찾아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리하면 구태여 애국심을 강조하지 않아도 사회의 기반인 신뢰가 굳건해지고 긍지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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