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유럽연합(EU)에서 수입하는 에어버스 항공기에 부과하는 관세의 세율을 오는 3월18일부터 기존 10%에서 15%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또 항공기를 제외한 유럽산 제품에 대해서도 향후 “약간의 재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U가 이의 대응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관세율을 더 높일 수도 있다고도 경고했다.
USTR의 이번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지난해 10월 판결을 근거로 한 무역보복이지만 EU와의 본격적인 무역협상을 앞두고 기선 제압의 의미도 지닌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항공기 업체인 보잉이 주력 기종 737맥스의 잇단 사고에 따른 운항 정지 및 생산 중단으로 실적이 악화되자 이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EU의 지난해 대미 흑자 증가폭이 전년 대비 11%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백악관의 심기가 불편해진 가운데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유럽에 대한 미국의 적자가 엄청나다며 “유럽과 매우 진지하게 얘기할 것”이라고 말해 EU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임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에 있을 대선 전에 EU와 무역협상을 타결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WTO는 지난해 10월 EU가 에어버스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보고 미국이 EU 제품에 연간 75억달러(약 9조원)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에 미국은 에어버스 항공기에 관세 10%를, 프랑스·독일 등 EU 회원국들에서 생산되는 와인·위스키·치즈·올리브 등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EU 역시 WTO에 미국이 자국 항공사인 보잉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제소해 올 상반기 중에 판정이 나올 예정이어서 EU도 미국에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