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잠잠해지면 급식소 식당을 개방하여 따뜻한 밥상을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3일 찾은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인근 ‘전국천사무료급식소’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은 원래 배식을 세 시간 앞둔 오전 8시께부터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모여든 어르신들로 북적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5일부터 무료급식을 중단한 상황이다. 몇몇 어르신들은 혹시 급식을 재개한다는 공지가 새로 붙은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아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급식소 관계자는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의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언제 급식을 재개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복지단체·시설들이 잇따라 무료 급식을 중단하면서 어르신들과 저소득층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일부 급식소는 간편식품 배달서비스를 실시하지만 대다수는 대체 수단을 마련하지 못해 급식 중단에 따른 결식이 발생하더라도 속수무책이다. 정부·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대체식·바우처 제공 등 보다 촘촘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어르신 무료 급식을 제공해 온 176개의 복지단체 가운데 144곳은 코로나19로 인해 이달 초부터 점심 급식을 중단했다. 면역력이 약한 노년층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경우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급식 중단으로 제공되지 못하는 식사는 약 1만2,000인분에 해당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단체들은 컵밥이나 레토르트 식품 등 간편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상당수는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복지단체·시설에 가입한 어르신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들은 간편식이라도 제공받고 있지만 그조차도 지원받지 못하는 어르신들도 많다. 소속 단체가 없는 이들은 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배식하는 민간 무료급식소에 의지했지만 최근 민간단체들마저 급식을 중단하면서 당장 끼니를 해결할 곳이 없다.
민간단체들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급식을 해온 데다 지자체가 보유한 개인정보 네트워크마저 이용할 수 없다 보니 구청 복지단체처럼 개별 어르신들에 식품을 배달하는 대체식 제공도 어려운 실정이다. 전국천사무료급식소의 한 관계자는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해도 지자체와 연계해서 급식소 이용자들을 지원하기 힘든 구조”라며 “자원봉사자들도 크게 줄어든 상태라 사태가 빨리 마무리되길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밝혔다.
코로나19에도 급식을 진행하는 인근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어르신 대부분이 생활권을 벗어날 만큼 이동 여건이 자유롭지 않아 한계로 작용한다. 게다가 무료급식이 제한된 예산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다른 급식소로 이동하면 다른 어르신들로부터 눈총을 받기 일쑤다.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회장은 “노인들은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사회로 넘어가기도 어렵고 평소 이용하지 않던 곳에 가면 눈칫밥을 먹기도 해 사실상 혼자 해결하거나 굶는 경우가 많다”면서 “감염병 확산 차단이 최우선이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역사회복지전달체계를 재점검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