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CJ, 美 첫 김공장 이달 가동] "부안 앞바다 김, 뉴요커 입맛 잡아야죠"

부안 조합장 하루 85만장 생산

비비고 브랜드 업고 매출 4배↑

고품질 인정 美 코스트코 진출

와사비 맛 등 다양함으로 승부

향후 홀푸드마켓까지 입점 확대

전북 부안 양지영어조합 직원들이 11일 갓 채취한 김 원초를 공장 내 물탱크에 하역하고 있다./부안=박형윤기자전북 부안 양지영어조합 직원들이 11일 갓 채취한 김 원초를 공장 내 물탱크에 하역하고 있다./부안=박형윤기자



지난 11일 정읍역에서 30분 가량 달려 도착한 전북 부안군 진서면의 한적한 해안가 마을에 둥지를 튼 양지영어조합. 인적이 드문 곳이니만큼 기계음이 유달리 크게 들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기계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1,500평 부지를 가득 매운 두 대의 기계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 공장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마른 김 생산량은 약 8,500속, 85만 장. 기계에서 쏟아지는 김을 포장하는 직원들의 하얀 위생복이 더욱 하얗게 느껴졌다. 김 산업의 자동화 수준에 대해 감탄하는 사이 부안 서해 앞바다에서 채취한 김 원초가 실린 대형 트럭이 도착했다.

크레인을 통해 해수가 담긴 물 탱크에 원초가 들어간다. 물 탱크의 프로펠러가 엉킨 김 원초를 풀어낸다. 문득 ‘이 많은 김을 누가 다 먹을까’라는 궁금증이 밀려왔다. 하얀 쌀 밥에 김을 싸먹은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다. 이 김의 행선지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국내 김 수요가 정체됐지만 미국 등에선 김이 건강식품으로 급부상한 결과다. 부안 앞바다에서 자란 원초가 CJ제일제당의 브랜드를 입고 미국 코스트코 에 진열된다. 조정호 양지영어조합 대표는 “일본의 김 원초 생산량이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라 고품질인 한국 마른김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영어조합 직원들이 지난 11일 위도 김 양식장에서 그물을 끌어 올려 원초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위도=박형윤기자양지영어조합 직원들이 지난 11일 위도 김 양식장에서 그물을 끌어 올려 원초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위도=박형윤기자


30여 년간 원초를 채취해 마른김을 생산하고 있는 양지영어조합은 삼해상사의 계약 업체다. 삼해상사는 2018년 CJ 제일제당이 지분을 인수하며 계열사로 편입한 업력 50년의 김 생산 기업이다. 삼해상사 인수로 인해 CJ 제일제당은 원초 수급 능력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해상사 관계자는 “원초 수급 능력에선 국내 최고”라며 “특히 중국과 일본 등과 오랫동안 거래를 해오고 있어 글로벌 네트워크 역시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삼해상사의 인수 효과는 매출을 통해 증명됐다. 2018년 670억원이던 CJ제일제당 김 매출이 2019년 2,430억원으로 4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삼해상사의 원초 수급력과 탄탄한 네트워크에 더해 CJ 제일제당이 구축해온 ‘비비고’라는 메가 브랜드가 결합한 결과다.


조 양지영어조합 대표와 함께 김 양식장을 동행했다. 부안군 인근 격포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위도로 들어간 후 위도에서 양지영어조합의 조그마한 배를 타고 20분간 비를 해쳐 달려갔다. 드넓은 해수면을 검은 김들이 가득 메웠다. 전북의 유일한 유기농 김 양식장이다. 비가 내렸지만 그물을 걷어 갯병 등 생육 상태를 직접 확인했다. 조 양지영어조합 대표는 “유기농 김 양식은 전남 고흥이 유명하지만 양식장 밀집도 등을 고려하면 우리 양식장의 김 경쟁력이 더욱 좋다”며 “까다로운 미국 USDA 인증을 받았고 현재는 유럽 ASC 인증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 양지영어조합 대표가 유기농으로 양식 방법을 바꾼 것은 김 시장 역시 프리미엄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양지영어조합에서 생산된 김은 국내에서 재가공을 통해 미국 코스트코 등에서 유기농 김과 김스낵으로 팔린다. 와사비, 참기릉 등 다양한 맛으로 선보인 양지영어조합의 제품은 미국에서 월 평균 10억원 이상 팔릴 정도로 히트를 쳤다. 조 양지영어조합 대표는 “일본김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한국 김이 제 값을 받으려면 유기농을 해야 한다”며 “김도 프리미엄으로 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CJ 제일제당 관계자는 “양지영어조합에서 생산된 김은 이천공장을 거쳐 김스낵 등으로 가공돼 현재 미국 코스트코 중심에서만 판매되고 있다”며 “이를 홀푸드마켓 등 다른 유통채널로도 입점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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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올해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 덕에 생산량에 대한 우려는 조 양지영어조합 대표의 고민이었다. 조 대표는 “해수온이 낮아야 김의 생산량이 늘어난다”며 “올해는 겨울이 따뜻해 생산량이 줄어들까봐 걱정”이라고 밝혔다.
/부안·위도=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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