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휴서비스 시행직전 취소...'비자카드의 갑질'

최상위등급 회원 대상 프로모션

협상난항 이유 이틀전 돌연 취소

국내 감독 규정 적용도 안받아

대체서비스 등 피해구제 어려워




국제 브랜드 카드사 비자의 최상위 등급 ‘인피니트’ 카드 회원인 김모씨는 지난달 30일 이 카드의 국내 발급사인 A카드사로부터 황당한 안내문을 받았다. 이틀 뒤인 2월1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힐튼 아너스 골드 멤버십’ 승급 프로모션이 비자와 힐튼 간 내부 조정으로 인해 취소됐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말 공지된 프로모션 조건에 맞춰 6박7일 일정으로 숙박을 미리 예약해놓았던 김씨는 승급 혜택을 보기는커녕 해약하고 싶어도 촉박한 고지 때문에 위약금을 물어야 할 형편이 됐다. 김씨는 “아무리 프로모션이어도 이미 공지한 서비스를 시행 직전에 취소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이 프로모션이 비자 인피니트 카드의 대표 서비스였는데 앞으로는 해당 카드를 유지할 유인이 없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자카드는 올해 2~7월 비자 인피니트 카드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던 힐튼 아너스 골드 멤버십 승급 프로모션을 최근 취소했다. 비자의 프리미엄급 카드 중에서도 국내 최상위 등급인 인피니트 카드 소지자를 위해 제공되는 이 프로모션은 힐튼 계열 호텔·리조트에서 6박만 하면 힐튼 아너스 골드 멤버십으로 승급해주는 서비스다. 원래 연간 40박 이상을 투숙해야 얻을 수 있는 등급이어서 인기가 높았다.


이 프로모션은 비자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거의 매년 진행해오면서 비자 프리미엄 서비스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국내 카드 가운데서도 비자 인피니트 등급 카드는 연회비가 평균 100만원에 이를 만큼 비싸지만 ‘호캉스’를 즐기는 소비자 중에는 이 혜택을 누리기 위해 카드를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일회성 행사의 성격이 강한 여타 프로모션과는 달리 매해 반복될 것이라는 이용자의 기대가 높았다는 뜻이다. 비자 역시 지난해 12월 발행한 ‘비자 프리미엄 서비스 가이드 2020’의 여행 분야 첫머리에 이 프로모션을 안내했다. B카드사는 지난 2017년 출시한 비자 인피니트 등급 카드의 상품설명서에 해당 프로모션을 명문화해 안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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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는 프로모션의 돌연 취소와 촉박한 고지에 따른 개별 회원의 불편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법적인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비자코리아 관계자는 “제휴사인 힐튼과의 협상 난항으로 지난달 22일 프로모션이 취소됐다는 공문을 비자 글로벌 본사로부터 전달받고 다음 날 국내 카드사들에 고지했다”며 “서비스 제공·이행에 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제휴사에 있다는 고지사항이 서비스 안내에도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비자의 서비스 가이드에는 “서비스는 사전 고지 없이 중단·변경될 수 있으며 (혜택 이용과 관련해) 비자에는 법적 책임이 전혀 없다”고 적혀 있다.

문제는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불가피한데다 국내 카드사와의 역차별 우려마저 나온다는 점이다. 국내 카드사들은 여신금융전문업 감독규정에 따라 부가서비스 변경이 불가피할 때에는 대체 서비스를 마련해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국제 브랜드사는 이런 제약이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제 브랜드사는 국내 감독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도 달리 감독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결제시장의 45%(닐슨리포트·2018년 기준)를 차지하는 ‘갑 중의 갑’ 비자에 대응해 국내 카드사들이 대체 서비스를 요청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자체 서비스의 경우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대체재를 마련했겠지만 이번 경우는 카드사가 서비스의 직접 제공자가 아닌 만큼 달리 조치할 길이 없다”며 “애먼 카드사에 소비자 민원이 들어와도 비자에 항의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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