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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기생충’ 봉준호 감독 “10개월간 여정 마무리...전 세계 동시대 관객들 호응 기뻐“

아카데미 4관왕을 거머쥔 ‘기생충’ 팀이 10개월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귀국 기자회견을 열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이곳 저곳을 다니다 오게되어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한 것에 이어, 주역배우 송강호는 “단순히 상을 타기 위해 캠페인을 벌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내가 아닌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우리 작품을 통해 세계 영화인들과 어떻게 호흡하고 소통, 공감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귀감 소감을 전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 바른손이앤에이 제작) 기자회견이 열렸다. 봉준호 감독,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이 참석했다. 배우 최우식은 영화 촬영 스케줄로 인해 불참했다.


‘기생충’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국내 개봉해 5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어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에 이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국제영화상·각본상까지 휩쓸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기생충‘은 배급사 네온(NEON)을 통해 지난해 10월 11일 북미에서 정식 개봉했다. 봉 감독은 그간의 오스카 캠페인을 돌아보며 “우리는 네온이라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중소배급사와 일을 하게 됐다. 게릴라전이라고 해야 하나. 넷플릭스 등 거대 회사들에 못 미치지만 우리들은 열정으로 뛰었다. 저와 송강호 선배님이 코피를 흘릴 일들이 많았다. 실제로 송강호 선배님은 코피 흘린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확하게 세어보진 않았지만 인터뷰 600회 이상, 관객과의 대화 100회 이상을 가졌다. SNS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도 참고했다. 다른 영화들이 LA 시내에 있는 거대한 광고판이나 TV, 잡지 등에 광고하는 물량공세였다면 우리는 아이디어와 네온, CJ엔터테인먼트, 바른손, 그리고 배우들이 똘똘 뭉쳐 팀워크로 물량의 열세를 커버하면서 열심히 했다”고 말하며 그간의 노력을 전했다.







이번 ‘기생충’이 오스카 상을 거머쥐면서 ’기생충‘ 신드롬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오스카 캠페인에 대해 더 자세히 알려지고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봉 감독은 “노아 바움벡 감독이나 토드 필립스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들을 보면서 바쁜 창작자들이 일선에서 벗어나 이런 캠페인을 하고, 스튜디오는 이렇게 예산을 많이 쓰는 모습이 낯설고 이상하게 보인 적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식으로 작품들을 깊이 있게, 또 밀도 있게 검증하는 구나 싶었다. 영화에 어떤 사람들이 참여했고, 그들은 어떤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는지 진지하게 점검해보는 과정일 수도 있겠더라. 그것을 오스카라는 피날레로 장식하게 됐다”고 소견을 밝혔다.

송강호는 “내가 아니라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점점 알아가는 과정이다. 우리 작품을 통해 세계 영화인들과 어떻게 호흡하고 어떻게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봉 감독은 앞서 아카데미가 ‘로컬 시상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처음 캠페인에 참여했는데 내가 도발씩이나 했겠나”면서 “칸, 베를린, 베니스영화제와 아카데미의 성격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비교설명이 들어가면서 아카데미가 미국 중심이 아니겠냐고 한 것이다. 아마 미국의 젊은층들이 SNS에 그 말을 많이 올린 것 같다. ”고 자평했다.



’기생충‘에 앞서 ’괴물‘ ‘설국열차’등을 통해 빈부격차 등에 대한 시선을 내보인 봉준호 감독. ’기생충‘에 와서 전세계적으로 폭발력과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과 ’설국열차‘는 SF적 요소가 많다. 이번 영화는 동시대 이야기다. 뛰어난 앙상블의 배우들이 실감나게 표현했다. 현실에 기반한 분위기의 톤이라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가 스스로 짐작만 해봤다. ”고 설명했다.

’기생충‘이 한국 사회 불균형에 대한 어두운 묘사임에도 국내 관객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이유에 대한 외신기자의 질문도 이어졌다. 봉감독은 “(통역해주는) 최성재씨가 없던 상황에서 영어 질문을 듣게 되어 놀랐다.”며 너스레를 떨더니 곧 “도발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스토리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은 싫었다. 우스꽝스럽고 코미디스러운 면도 있지만 현대사회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쓰라린 면도 있었다. 1센치라도 피하고 싶진 않았다. 엔딩에 이르기까지 정면돌파 해야했다. 어쩌면 그 부분을 관객이 불편해 할 수 있겠지만, 두려움으로 당의정을 입혀 달콤한 장식을 하면서 영화를 끌고 가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 대해 솔직히 그리려 했다. ”고 밝혔다.

한진원 작가 역시 이에 대해 “참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 답을 내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기생충’의 인기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던 한 작가는 “제 생각엔 우리 영화엔 잔혹한 악당이나, 선과 악의 대립이 없다. 10명의 각각 캐릭터를 보면 드라마가 있고 각자의 이유가 있다. 모두에게 연민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이야기를 따라갈 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 될 듯 하다”고 짚었다.



다음주 ‘기생충’ ’흑백판‘이 개봉한다. 봉감독은 ’마더‘ 에 이어 다시 한번 흑백판을 선보인다. 봉 감독은

“고전이나 클래식에 대한 동경, 로망이 있었다. 모든 영화가 흑색인 시절이 있지 않나. 1930년대를 살고 있고, 흑백으로 찍었다면 하는 영화적 호기심이 있다. ”며 “홍경표 감독과 의논을 해서 흑백 버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 로테르담 영화제서 상영했는데 똑같은 영화인데 묘하다. 다른 느낌들이 있다. 선입견을 가지실까봐 말씀을 드리긴 힘들다. 한 관객이 흑백으로 보니까 더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하더라.”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러면서 “ ’마더‘ 때도 그렇지만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섬세한 연기의 디테일, 뉘앙스를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컬러들이 사라지니 배우들의 눈빛과 표정에 집중할 수 있을 듯 싶다”고 말했다.

[사진=양문숙 기자]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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