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부 "전직지원 교육, 서비스 질 높이고 민간자율 최대 보장"

[라이프점프 주최 전직지원 활성화 컨퍼런스]

5월부터 의무화...교육업체 진입문턱 낮춰 경쟁력 제고

직원 1,000명이상 기업, 미이행 벌칙없이 1년간 실태점검

전직지원법 잘 이행하는 기업엔 정부 인센티브도 검토

21일 서울경제신문 라이프점프 주최로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전직지원서비스 활성화 컨퍼런스에  참석한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사진=이호재기자21일 서울경제신문 라이프점프 주최로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전직지원서비스 활성화 컨퍼런스에 참석한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사진=이호재기자



일자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직장 퇴직자들의 전직을 돕는 전직지원법 본격 시행이 오는 5월1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는 전직교육 활성화를 위해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기로 했다. 법 적용 대상인 근로자 1,000명 이상 기업에 대해서는 미이행 벌칙규정 없이 이행실태를 1년간 점검하고 퇴직예정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교육 콘텐츠 선정도 기업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또한 전직교육 시장 진입 문턱을 최대한 낮춰 전직교육 업체들의 경쟁 극대화를 통한 서비스 질 향상을 모색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일 입법 예고한 ‘고용자고용법 시행령’에 따르면 올 5월1일부터 사업주는 이직예정 근로자에게 경력적성 진단 및 진로설계, 취업알선, 재취업, 창업 등 재취업에 필요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21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서울경제 4050 일자리 전문 미디어 라이프점프 주최 ‘전직지원 서비스 활성화 컨퍼런스’에서 정원호 고용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장은 “올해가 전직지원법 시행 초기 연도인 만큼 의무적용 대상 기업들이 실제 적용에 나서지 않더라도 벌칙을 강제하지는 않을 방침”이라며 “기업들의 경영여건 등을 감안한 조치인데 대기업들이 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평판 악화 등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미이행 벌칙을 강제하지 않는 것에 머물지 않고 전직지원 교육의 형태와 범위·시기도 광범위하게 허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 과장은 “퇴직예정 직원들에게 기업이 어떤 형태의 교육을, 어떤 시점에 제공해야 하는지 등을 일일이 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신 전직지원법을 잘 이행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포상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한 전직지원 서비스 기업의 문턱도 낮추기로 했다. 전직교육 본격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기존 전직교육 업체가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의 질이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대응이다. 취업 성공 패키지 등 정부가 진행해온 취업알선 서비스의 경우 고용부 심사를 통과한 업체들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지만 전직교육은 진입장벽을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다.

정 과장은 “전직지원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교육업체의 자격 등을 별도로 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모든 교육업체가 시장에 들어와 경쟁할 수 있게끔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총 2부, 6개 주제발표로 진행됐다.


고용부에 이어 서울특별시50플러스재단이 ‘신중년 새로운 취업창업 모델 발굴 및 운영사례’를 주제로 지자체의 중장년 대상 일자리 정책을 소개했다. 50플러스재단은 장년층의 은퇴 이후 사회참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출연해 만든 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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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아 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은 “중장년의 일자리 확보를 위해서는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퇴직에 임박해 전직교육을 받는다 하더라도 실제 취업까지는 죽음의 계곡이라 불릴 정도의 혹독한 기간이 존재하는데 이 시간적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디딤돌을 놓는 것이 50플러스재단의 핵심사업”이라고 말했다.

1부 마지막 연사로 나선 홍종희 에어비앤비 홍보총괄 이사는 50대 은퇴자들의 공유숙박 호스팅 실사례를 소개해 참가자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공유숙박은 직장 은퇴 후 전원생활자로 변신한 중장년층이 소득원 마련을 위해 선호하는 창업 형태다.

홍 이사는 “전 세계 에어비앤비 사업 중 한국에서 특히 4050세대의 참여가 가팔라지고 있다”며 “부가적 경제수익을 에어비앤비 운영의 첫 번째 이유라고 밝혔던 호스트들이 3년 이후부터는 사람들과의 교류, 삶의 활력 등을 꼽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년 호스트들은 은퇴라기보다는 잡 체인지(job change·직업전환), 세컨드 커리어 등의 관점에서 인생 2모작을 대비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2부 첫 번째 연사로는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이 나서 업무 숙련도를 갖춘 중장년의 창업지원 정책을 제시했다. 역대 정부의 창업지원 대책은 주로 청년계층에 한정돼왔다. 지난해 정부의 창업지원 현황을 보면 중장년 지원 규모는 청년 대비 3분의1 수준이며 그마저도 시설·공간·보육 지원에 국한됐다.

서 부소장은 “동일한 업무 분야에서 수십년간 종사해왔다는 것은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의 토대가 될 수 있다”며 “중장년 경력자의 창업기업이 생존기간과 고용 및 경영성과가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이 입증된 상태”라고 말했다. 서 부소장은 따라서 전직지원 서비스가 업무종사 기간이 긴 중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기술력을 갖춘 중장년의 창업을 지원하는 교육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가운데 자사 직원에 대한 전직교육 우수사례로 꼽히는 KT는 교육부터 사후관리까지 커버하는 원스톱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대다수 대기업이 퇴직 전 교육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KT는 퇴직 이후에 전직지원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남현희 KT 일자리지원센터장은 “퇴직 후 실업급여 수령이 가능한 기간을 활용해 전직지원 서비스를 집중하고 있다”며 “퇴직자의 실제 수요에 맞춰 신속취업형, 일반취업형, 창업·귀농형 등 총 세 가지 유형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직이 성공할 때까지 밀착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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