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코로나에 D램 현물가 하락.. '반도체 코리아' 흔들

PC용 D램 현물가 보름새 3.48달러→3.31달러

코로나 영향으로 수요 급감.. 고정거래가도 떨어질 듯

올해 실적 반등 노리던 삼성·하이닉스 울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이 올 들어 반등하고 있던 D램 시장에 확실히 찬물을 끼얹고 있다. 최근 열흘간 보합세를 유지하던 PC용 D램 현물 가격이 지난 17일부터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전체적인 수요 부진 기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22일 시장조사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 기준) 1개당 현물 가격은 이날 3.31달러를 기록했다. 한달 전인 지난달 20일 가격(3.35달러) 보다도 낮다.


D램 1개당 현물가격은 이달 4일 올들어 최고치인 3.48달러를 기록한 이후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D램 가격은 지난 7일 3.41달러를 기록하며 두달만에 하락 전환한 후 열흘 가량 보합세를 유지하다 17일에는 3.39달러로 다시금 떨어졌다. 이후 18일(3.38달러), 19일(3.36달러), 20일(3.31달러) 등 나흘 연속 가격이 떨어지고 있으며 하락 추세도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21일에는 다시금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현물가격이 공시되는 24일에는 다시금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우려가 크다.

현물가격은 매달 말일에 공개되는 고정거래 가격의 일종의 선행지표로 D램 가격 추이를 알려주는 가늠자 역할도 한다. 지난달 PC용 D램 고정거래 가격이 13개월만에 소폭(1.07%) 반등했지만 이 같은 추이가 계속될 경우 다시금 하락할 수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PC용 D램은 전체 D램 시장의 20% 가량을 차지하나 전체 시장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모바일용 및 30% 이상을 차지하는 서버용 D램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19 확산 이후 반도체 수요가 정체돼 있으며 구매자들이 관망세를 지속하면서 거래량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구매자들이 향후 제품 가격 하락을 예상하면서 전반적으로 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D램 가격 하락 추세는 전세계 D램의 80% 가량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에게 악재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출하량 기준 D램 시장 성장율을 10% 중반대로, SK하이닉스는 20% 초반대로 각각 예상한 바 있다. 반면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이번 코로나 19로 직격탄을 맞으며 D램 시장 예상치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욜디벨롭먼트는 올해 D램 시장을 전년 대비 17% 가량 성장한 870억 달러로 추정했으나 이 또한 코로나19 발생 전의 예측치라는 점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저 반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14조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도체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2018년 44조5,70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1년 사이 3분의1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87% 줄어든 2조7,1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2년 2,2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7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올해 실적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7%, SK하이닉스가 27%로 사실상 국내 업체가 독과점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의 경우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33.5%, SK하이닉스가 9.6%의 점유율을 각각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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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만 해도 5세대(5G) 이동통신 보급 확산과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서버 투자 증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반도체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는 점에서 업계는 한숨을 내쉰다. 특히 세계 반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수요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은 지난해 1월부터 3·4분기까지 삼성전자 매출의 24%, SK하이닉스 매출의 48%를 차지하는 한국의 주요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올 1·4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20% 줄고 2·4분기에는 1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 최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 사업자인 퀄컴 또한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신종 코로나로 인해 스마트폰 수요와 공급망에 중대한 불확실성이 발생했다”며 주당순이익(EPS) 전망치 하단을 5센트 낮추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361억달러의 반도체를 구입한 반도체 업계의 가장 큰손이며 화웨이는 208억달러의 반도체를 구매해 삼성전자(334억달러)에 이어 구매액 기준 3위를 기록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애플이 스마트폰 판매 감소 예상 등을 이유로 실적 가이던스를 낮추는 등 코로나19가 반도체 시장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올 1·4분기 D램 시장은 클라우드 시장 성장에 대한 계속되는 기대 및 코로나 19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혼조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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