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발병 이후 석 달째 이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중국 내 기업들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1·4분기 안에 코로나19 확산의 큰 줄기가 잡히지 않으면 자금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먼저 잇따라 파산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바오류(保六·6% 이상 성장)’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으로 돌아선 가운데 중국 정부는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23일 블룸버그통신은 ‘은행들이 신속히 나서지 않으면 수백만개의 중국 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중국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생존 위협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가 현지 연구기관과 함께 6,422개 중소기업들 대상으로 지난 14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축소·중단됨에 따라 잔여 보유현금으로 고정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한이 1개월도 안 되는 기업이 무려 33.7%로 나타났다. 또 1~2개월을 버틴다는 기업이 32.8%, 2~3개월은 19.7%였다. 86%의 기업에 3개월이 분기점이라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가 올 1·4분기에 해소되지 않는다면 특히 중소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중국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류궈창 인민은행 부행장은 22일자 관영 금융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신 기준금리는 금리 시스템에서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돌’과 같은 역할을 해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앞으로 국무원의 판단에 따라 경제성장과 물가 수준 등을 고려해 적기에 적절한 강도로 조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2015년 10월 이후 4년 넘게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기준금리를 4.35%로 유지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결국 이를 인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는 금융권에서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고 있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조금씩 낮추고 있는 정도다. 20일 LPR을 0.1%포인트 낮춰 4.05%로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지도부는 전날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 재정과 통화 등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충격에 대응하겠다고도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중소 민영기업들이 기존 대출과 고정임금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확보하기는 여전히 불가능하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늘리는 등 조처를 했지만 대부분 단편적인 대책에 그쳤으며, 인민은행은 대출자금을 조달받는 데 필요한 자격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지방정부와 은행들은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한선을 뒀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민영기업이 경제의 60%, 일자리의 80%를 차지하는 만큼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재정지원에 나서지 않으면 중국 경제가 받는 타격은 더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중국에서는 여전히 대형 국유기업에 자원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코로나19 확산을 반영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5.6%로 하향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IMF가 지난달 월간보고서에서 전망한 6.0%보다 0.4%포인트 낮춘 것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중국 경제는 올해 2·4분기에 정상화할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을 얼마나 빨리 통제하고 중국과 이에 영향을 받은 경제권이 얼마나 신속히 정상으로 돌아오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