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마스크 하나를 며칠씩 쓰고 있어요. 마스크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서울에서도 확산되는 가운데 시내 지구대와 파출소가 마스크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최근 국내 생산 마스크의 절반가량이 중국 등 해외로 수출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반 시민들은 물론 대민 업무가 많은 경찰조차 방역·위생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이 각 경찰서에 올 초부터 두 달간 배급한 일회용 마스크는 약 15만개다. 하지만 이는 미세먼지·황사 등을 차단하기 위해 기존에도 공급돼온 물량이다. 의경을 포함한 서울 시내 경찰관 3만2,600여명이 코로나19 주의 기간 내내 착용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셈이다.
문제는 마스크 추가 공급이 앞으로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달 말 서울청에서 지급받은 마스크 1,665개를 관내 지구대·파출소에 배급했지만 금세 동났다. 성동서는 2,600개를 추가 주문했지만 지급받은 물량은 455개뿐이었다. 서울의 한 지구대 역시 최근 관할 경찰서에 세 번에 걸쳐 추가 지급을 요청한 뒤에야 경찰 1인당 1~2개의 마스크를 지급받을 수 있었다. 경찰서가 서울청으로부터 확보한 물량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남아 있는 마스크가 단 한 개도 없는 파출소도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 관내의 한 파출소 관계자는 “구비해둔 마스크가 다 떨어져 경찰관들이 알아서 구해 쓰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측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일선 경찰서에 마스크 구매 관련 예산을 지원한 뒤 매주 보급현황을 파악 중”이라며 “다만 지역마다 수급 편차가 크다 보니 주문 후 실제 지급까지 시간이 걸리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관련 예산이 지원되면서 21일 기준 경찰관 1인당 7장씩 보급됐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 관서에는 24일 마스크 구매 예산을 별도로 추가 지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마스크 구매 예산의 추가 배정을 검토 중”이라며 “정부의 긴급수급조정조치 시행으로 다소나마 마스크 구매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지구대·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민간인과 빈번하게 접촉해 다른 직종에 비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크다. 인근 버스정류장 이용자나 등산객들이 화장실 이용을 위해 지구대·파출소를 방문하는 경우도 잦아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은 더욱 크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마스크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면 경찰 개인도 위험하지만 직무 특성상 전파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경찰관 감염자가 발생해 파출소 시설이 임시폐쇄될 경우 결국 치안 공백이 생겨 지역사회가 더욱 위험해진다”고 경고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시민을 상대하는 경찰관은 현장에서 (감염자와) 가까이 접촉할 확률이 높다”며 “밀착접촉 공무집행 중인 경찰 등 공무원에 대한 안전조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희조·김현상·김혜린·김태영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