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입국문턱 높인 中日, 韓 항의도 안 먹혀

中 상하이, 韓입국자 2주 격리 요구

日, 14일내 'TK 경유자' 입국 거부

외교부 中日대사 불러 항의했지만

자국 안전 내세우며 "양해해달라"

싱하이밍(오른쪽) 주한 중국대사가 2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연합뉴스싱하이밍(오른쪽) 주한 중국대사가 2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연합뉴스




도미타 고지(가운데) 주한 일본대사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나오고 있다./연합뉴스도미타 고지(가운데) 주한 일본대사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중국에 이어 일본도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를 이유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통제에 들어갔다. 예상하지 못한 입국제한 조치로 사업·학업·여행 등에 곤란을 겪는 한국인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해외 일정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과도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주변국의 반응은 강경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는 이날 외교부로 사실상 초치돼서도 자국 안전을 내세우며 “양해해달라”는 입장만 내세웠다.

주중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웨이하이에 도착한 제주항공편 탑승객 147명이 전원 격리 조처됐는데 이 가운데 한국인도 6명 포함됐다. 이어 오후에 도착한 동방항공편의 한국인 탑승객 24명도 추가 격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에 승객 107명 중 한국인이 40여명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칭다오총영사관이 파악한 결과 24명으로 확인됐다.

상하이 홍차오진 당국도 이날부터 한국 등 입국통제에 해당하는 국가에서 들어온 외국인에게 2주 격리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앞서 수도인 베이징과 지린성·산둥성·랴오닝성·장쑤성 등 중국의 일부 지방정부와 함께 이날 경제수도인 상하이까지 한국발 입국자의 입국 절차를 강화하면서 한국인의 중국 입국이 까다로워졌다. 상하이 홍차오진 지역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한국에서 전해지는 코로나19 확산 소식에 중국인들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아파트 주민위원회에서 한국에서 들어오는 한국인에게는 출입증을 발부해주지 말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 내의 이 같은 분위기는 지방정부 자체 결정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뒤에 중앙정부의 드러나지 않은 지시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지방정부의 한국발 입국자 통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때처럼 중국 중앙정부의 전형적인 작전”이라며 “일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정치적 신호 없이 독자행동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정부에서 시작된 한국발 입국자 제한 조치가 중국 전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외교 홀대’ 논란도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건 외교부 차관보는 이날 싱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우리 국민에 대한 과도한 제한 사례들이 발생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싱 대사는 외교부로 들어서며 취재진에게 “중국 정부는 한국 국민에 대한 제한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일부 지방정부의 조치는 한국 국민들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다. (격리된) 중국 국민도 많다. 양해하고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 지방정부의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제한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목을 매다가 중국으로부터 역공을 당했다”며 “문을 열어놓고 있다가 한국만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도 이날 한국에 대한 입국제한을 강화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가 주재한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대구와 경북 청도에서 체류한 이력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7일 0시부터 입국 신청 14일 이내에 대구와 청도를 방문한 외국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일본 입국이 거부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 후베이성과 저장성 체류 이력이 있는 외국인에 대한 입국거부 조치 이후 처음 나온 추가 입국거부 조치다.

인접국 중국과 일본 외에 한국발 입국자를 제한하는 국가는 계속 늘고 있다. 아프리카의 세이셸공화국과 엘살바도르도 이날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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