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영국 런던에서 26일(현지시간)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최근 중국 지방정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방역을 위해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격리 조치 등 과도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코로나 19의 발원지임에도 한중관계를 고려해 한국 정부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제한을 자제해 온 만큼 중국 정부에 아쉬움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강 장관은 왕 위원에게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범정부차원에서 투명하고 선제적인 조처를 하면서 총력 대응을 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사실에 근거해 과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도록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왕 위원은 그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한국 각계가 중국 측에 보내준 지지에 거듭 사의를 표하는 한편 최근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철저한 방역 노력과 강력한 의지를 평가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양국 간 인적 교류와 경제 협력에 대한 코로나19의 영향을 최소화하며 한중간 우호를 지속해서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 장관은 그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온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양국관계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 정부의 철회 촉구에도 중국 지방 정부들은 여전히 코로나19 역유입을 막기 위해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통제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수도인 베이징과 지린성, 산둥성, 랴오닝성, 장쑤성 등 중국의 일부 지방 정부와 함께 전날 경제수도인 상하이까지 한국발 입국자에 입국절차를 강화했다.
중앙 정부의 권한이 막강한 점을 고려할 때 중국 지도부는 지방정부의 자체결정이라는 형태로 사실상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제한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지방정부의 한국발 입국자 통제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때처럼 중국 중앙 정부의 전형적인 작전”이라며 “일개 지방 정부가 중앙 정부의 정치적 신호 없이 독자 행동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일부 지방 정부에서 시작된 한국발 입국자 제한 조치가 중국 전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외교 홀대’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김건 외교부 차관보는 전날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과도한 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중국의 ‘적반하장’에도 외교부는 초치(외교 관계에서 항의하기 위해 상대국 대사를 불러 들임)가 아닌 협의를 강조해 대중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한국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과도한 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실제 외교부를 찾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김 차관보와 면담 전 취재진과 만나 “중국 정부는 한국 국민에 대해 제한조치를 안 했다”며 “일부 지방정부에서 하는 조치는 한국 국민들에 상대해서 하는 게 아니다. (격리된) 중국 국민도 많다. 양해하고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 지방정부의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제한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