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40곳 성행인데..'감독 사각' 의결권 대행업

코로나 탓 정족수 부족우려 커져

의결권 필요하지만 대행 쓰기 머뭇

'실제 주주 표' 검증 어려운데다

공식플랫폼 없어 가격책정 걸림돌

"제도·규정 마련해 양성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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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총 표를 대신 모아주는 ‘의결권 대행업’이 부상하고 있다. 섀도 보팅(한국예탁결제원의 의결권 대리)이 지난 2017년 말 폐지된 가운데 전자투표제 주주 참여율도 여전히 1%대에 머무르면서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주들의 주총 참여가 더욱 저조할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그러나 대행업체들이 실제 주주에게 표를 받아왔는지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고 의결권 대행 용역 비용도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정부에서는 이를 관리·감독할 제도나 규정도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 1,298개사 중 41.9%인 544개사가 올해 주총에서 감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을 신규 선임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감사를 선임하는 경우에는 대주주의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된다. 이른바 ‘3%룰’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주총 현장에 참석할 인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감사를 새로 뽑아야 하는 상장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 의결권 대행업체다. 상장사 대신 표를 모아오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국내에는 의결권 대행업체 40여개가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행업체도 쉽사리 쓰기 어렵다는 게 상장사들의 반응이다. 의결권 대행업체가 여전히 ‘암시장’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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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이 가장 대표적으로 꼽는 난점은 의결권 대행업체들이 모아온 표가 실제 주주에게 받아온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몇몇 의결권 대행업체들은 공증을 따로 받아 ‘실제 주주에게 동의를 받았다’고 입증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다. 한 코스닥 업체 IR 담당자는 “공증만 갖고는 신뢰하기 어려운 일도 있어 최대한 인감증명서나 신분증 등 근거 자료를 달라고 요구하는 편인데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의결권 대행업체를 일일이 따라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정가’가 딱히 없는 것도 문제다. 통상 주식 수에 비례해 가격이 결정되나 경영권 분쟁 여부, 대주주 지분율, 감사 선임 안건 포함 여부 등에 따라 주당 단가가 각기 다르다. IR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주당 2~3원 하는 경우도, 한 주당 50원씩 하는 경우도 있다”며 “정해진 시장 가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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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의결권 대행업체를 고용할 공식 ‘플랫폼’이 없는 것과 관련이 깊다. 의결권 대행업체의 ‘이력’을 확인할 공식적인 창구가 없다 보니 가격 책정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장가격이 매겨지려면 결국 ‘경쟁시장’이 형성돼야 하는데 검증이 비공식적인 창구를 통해서만 이뤄지다 보니 업체 간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법무부나 금융위·금감원·거래소 등 관계당국이 의결권 대행업체를 관리·감독할 제도는 없다. 전담 기관이 뚜렷하지 않은데다 신고·허가제로 운영되는 것도 아니라서 시장의 실태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어느 정부 기관이 (의결권 대행업체를) 관리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의결권 자문업 관련 규제 논의가 본격화한 것처럼 의결권 대행업 관련 규제책도 같이 마련해 시장 자체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룰과 섀도보팅 폐지가 이뤄진 가운데 소액주주 참여율이 저조한 국내 풍토로 봤을 때 의결권 대행업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한 IR 대행사 대표는 “결국에는 3%룰처럼 의결 정족수 관련 규제가 가혹한 결과 국내에서 의결권 대행업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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