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2월28일 밤 9시, 미국 CBS 드라마 M.A.S.H. 최종회가 두 시간 넘게 전파를 탔다. 처음 방영된 1972년 9월 이래 10년 반 동안 인기를 끌어온 이 드라마의 마지막 방송분(256회)은 1억597만명이 지켜봤다. 역대 미국 드라마 최고 시청률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모든 분야의 역대 시청률을 기준으로 삼아도 M.A.S.H. 최종회의 기록은 8위. 1위부터 20위까지 시청률 상위 기록 가운데 미식축구 결승전(슈퍼볼)이 아닌 프로그램은 M.A.S.H.가 유일하다. 미국 드라마 시청률 최고 기록은 깨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드라마가 한국에 대한 왜곡으로 가득하다는 점. 한국인을 비열한 야만인으로 그렸다. 어린아이는 거지고 어른은 사기꾼 아니면 매춘부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정도가 심하다. 드라마의 원작은 1968년에 발표된 소설 ‘MASH: 세 명의 군의관 이야기’. 저자가 한국전에 참전한 군의관 출신일 뿐 나머지는 허구인 소설이다. ‘의정부에 주둔하는 제4007 이동외과병원(4077th Mobile Army Surgical Hospital)’ 자체부터 설정이다. 20세기폭스사가 소설을 영화로 제작해 1970년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흥행에도 성공하자 CBS는 이를 브라운관으로 옮겼다.
CBS는 시트콤 형식으로 제작된 이 드라마에서 큰 수익을 냈다. 광고가 줄이어 최종회 방영분은 전무후무하게 슈퍼볼보다 50% 높은 광고료를 받았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그만큼 열광적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최고의 드라마로 꼽았지만 M.A.S.H.의 고증은 엉터리다. 한복과 베트남 아오자이가 같이 등장하고 당시에는 없었던 흑인 군의관도 나온다. 한국인은 굴종적이거나 뒤돌아서면 배신하는 종족들이다. M.A.S.H.의 악영향은 상상 이상이다. 고(故) 백현락 회계사의 ‘미국분, 미국인, 미국놈’에 따르면 극명하다.
미국인들이 중국인과 일본인·베트남인까지 내심 두려워하면서도 한국인은 얕잡아보는 이유는 두 가지. 드라마 M.A.S.H.로 생성된 그릇된 이미지와 한국보다 미국을 더 걱정하는 골수 친미파가 권위주의 정권 밑에서 생성된 탓이다. 더러는 이 드라마를 지나간 흑백 필름쯤으로 여기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유선방송으로 시청한 젊은 미국인 중에는 한국을 ‘눈이 오는 나라 중 유일한 후진국’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봉준호 감독이나 방탄소년단(BTS)의 성과 뒤에는 오해로 인한 편견의 벽이 여전하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