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 잠자는 미녀들]온 세상 여자들만 잠드는 병에 걸린다면...

■스티븐 킹·오언 킹 지음, 황금가지 펴냄









미국 동부 애팔래치아 산맥 기슭의 소도시 둘링. 어느 날 이 작은 도시에서 여성들이 잠이 들면 고치 같은 물질에 뒤덮인 채 깨어나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둘링의 평화로운 일상을 깬 이 기묘한 감염병은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저 전 세계를 끔찍한 공포와 혼돈으로 몰아넣는다.


공포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소설가 스티븐 킹의 신간 ‘잠자는 미녀들’(1·2권)은 ‘여성만이 걸리는 기묘한 수면병이 전 세계를 휩쓴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독자들을 극도의 긴장감으로 몰아넣는 ‘진정한 이야기꾼’답게 신작 역시 흥미롭고 대중적이며 강한 흡인력을 자랑한다. ‘미저리’와 ‘캐리’, ‘돌로레스 클레이븐’ 등 다수의 작품에서 여성의 삶을 애정 어린 시각으로 다뤄온 스티븐 킹의 성향은 이 소설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은 킹이 그의 아들이자 작가인 오언 킹과 처음으로 공저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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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렇다. 미국 동부의 소도시에서 여성들이 잠이 들면 얼굴이 하얀 물질로 뒤덮인 채 깨어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일명 ‘오로라 병’으로 불리는 수면병은 둘링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미국 전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똑같은 괴질이 돌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온다. 게다가 잠든 여성에게서 이 고치 같은 물질을 제거하려고 하면 여성들은 괴물처럼 공격적으로 변해 사람들을 공격한다. 전 세계는 그로 인한 끔찍한 사건·사고로 공포에 휩싸인다. 병원은 잠들어 버린 딸, 아내, 어머니를 데리고 달려오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얼굴을 덮은 고치에서 나온 물질이 ‘오로라 병’의 원인이라는 ‘가짜 뉴스’가 퍼지면서 급기야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잠든 여성들을 불에 태우는 끔찍한 상황마저 벌어진다.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심장이 쫄깃해질 정도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상상 밖의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드러나는 갈등, 인간 군상의 욕망과 어두운 단면 등을 다양한 캐릭터로 그려낸다. 그래서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지고 설득력을 지난다. 잔인한 남성들과 대조를 이루는 지략이 넘치고 지혜로운 여성들의 이야기는 미묘한 사회적인 맥락을 시사하기도 한다.

소설은 끔찍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드러나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깊이 탐구해온 스티븐 킹의 장점과 복잡한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오언 킹의 장점이 조화를 이루며 킹 부자의 ‘공저 시너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세트 2만6,0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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