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모토는 ‘누군가에게 웃음과 희망을 전해주자’는 것입니다. 그림 한 장으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제 그림으로 상처받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키크니는 독자가 인스타그램 댓글로 남긴 사연을 소재로 그림을 재현해내지만 그가 수많은 댓글에서 그림 소재를 정하는 데는 나름의 철칙이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나 남녀 문제, 특정인을 비방하는 소재는 절대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그림에 반려동물이나 사물 소재 그림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댓글 중에는 ‘헤어진 여자친구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그려달라’거나 ‘자신을 괴롭히는 직장상사를 실컷 때려주는 그림을 그려달라’는 등의 글이 반복적으로 올라오기도 하고, 가끔은 머릿속에 관련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제 인스타그램에 들어오시는 분들은 ‘그림 덕분에 하루의 피로를 날려버렸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 좋다’는 글을 남겨주신다. ‘그림으로 웃겨드리자’는 독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 아무리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누군가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낄 것 같은 소재는 피한다”고 한다.
그런 그가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재미있고 따뜻한 소재를 다루고 싶지만 대다수 독자들이 코로나19로 불안에 떠는 상황에서 모른 척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아직은 코로나19 관련 그림을 그려달라는 주문이 없었다는 키크니에게 즉석에서 ‘코로나19로 불안에 떠는 국민들이 힘을 낼 수 있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다음날 그가 전해온 그림에는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라고 적힌 후드티를 입은 커다란 키크니가 환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고 꽃잎과 새싹들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좋아질 겁니다’라는 메시지도 담겼다.
“힘들어하실 독자 분들에게 저까지 코로나 얘기를 하기보다는 다른 이미지로 환기시켜 드리자는 취지로 그려봤습니다. 제가 독자들 덕분에 공황장애를 딛고 일어난 것처럼 이 그림을 보는 모든 분들이 힘을 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