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이 18년여에 걸친 무력 충돌을 종식하는 역사적 평화합의가 29일(현지시간) 타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자간담회에 앞서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양측이 서명한 합의안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조직이 미국과 동맹국을 공격하는 활동 무대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그 대가로 아프간에 파병된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제동맹군을 14개월 안에 모두 철군하기로 했다. 탈레반의 합의 준수 여부는 미국이 평가하기로 했다.
양측은 “아프간 내부 당사자 협상에 따라 어떤 형태의 정부가 수립되더라도 미국과 탈레반은 긍정적인 관계를 추구하기로 다짐한다”라고 선언했다. 미군은 합의 이행 1단계로 이날부터 135일 이내에 20개 기지 가운데 5개 기지의 아프간 주둔 병력을 8,600명까지 줄일 예정이다. 현재 아프간에 주둔하는 미군은 1만2,000여명이다. 미국은 향후 군사력으로 아프간을 위협하거나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올해 8월27일까지 탈레반 지도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약속했다. 또 신뢰를 확인하는 절차로 다음달 10일까지 국제동맹군과 아프간 정부군에 수감된 탈레반 대원 5,000명과 탈레반에 포로로 잡힌 아프간군 1,000명을 교환하기로 했다.
나토는 이날 합의를 지지하고 파병 규모를 줄이겠다면서도 실제 상황이 악화한다면 병력을 다시 증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탈레반과 맺은 도하합의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내 효력과 이행을 보증해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미 백악관은 29일 낸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우리는 마침내 미국의 최장기 전쟁을 끝내고 우리 군대를 귀환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