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의 갈등 확대에 따른 글로벌 밸류체인의 급변이나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규제를 감안해 제조업 패러다임의 과감한 변화와 산업구조 혁신이 필요합니다.”
이낙규(58·사진) 신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은 1일 서울 역삼동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취임 이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로 중소·중견기업의 제조혁신 지원이 더욱 절실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 출신인 이 원장은 생기원 융합생산기술연구소장·마이크로팩토리사업단장 등을 거쳐 최근까지 3D프린팅제조혁신센터장으로서 전국 5대 권역에 3D프린팅 기반 제조혁신센터를 구축했다.
생기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합의한 역할과 책임(R&R)은 소재·부품·장비 등을 만드는 뿌리기술을 비롯해 청정생산기술·융합생산기술·제조혁신기술 연구개발(R&D)과 기업 지원 등이다. 본원 기능을 하는 충남 천안의 청정생산시스템연구소를 포함해 3연구소, 7지역본부, 40여 지역특화센터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소부장 경쟁력을 높여 혁신성장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 원장은 “중소·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 혁신을 도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우고 지역의 미래·특화산업 창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대학과 기초 분야 정부출연 연구소의 원천기술을 제품·서비스로 구현하는 것도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자율적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연구윤리 확립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며 “교육·훈련 확대와 연구원 창업도 더욱 독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구원들이 안정적 R&D 환경에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준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중소·중견기업의 제조혁신을 견인하는 게 훨씬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25개 출연연 중 생기원의 연구과제 중심 시스템(PBS) 비중이 전체 평균보다 높아 기관 고유의 R&R을 수행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털어놓았다. 이 원장은 “R&R에 맞는 연구를 활성화하려면 현재 70% 선인 PBS 비중을 다른 출연연 수준인 60% 선으로 낮추고, 정부가 지원하는 출연금을 평균 수준인 40%가량으로 높여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연구원들이 정부와 기업의 외부 과제를 따느라 기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정부가 다양한 소부장 지원책을 내놓았는데 생기원이 기대만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며 “이는 높은 PBS 비중이 연구자들의 창의성을 억누른 면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그는 “생기원 연구자들의 역량이 우수하고 지난해 출연연 중 가장 많은 397명 정규직 전환이라는 성과도 있었다”며 “하지만 국가와 지역 혁신체제와 밀착된 기술지원 전략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솔직한 자평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이 원장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기술 R&D 혁신 TF’가동에 들어갔다”며 “과기정통부 주도로 정부와 기관의 각종 R&D 법령 등을 통합하는 ‘국가 R&D 혁신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본격적인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역설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