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긴급성명을 내고 “적절히 행동하겠다”고 밝힌 것은 금리를 내리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알린 셈이다. 실제로 연준은 통화정책이 공급 쇼크(글로벌 공급망 붕괴)에는 효과가 없지만 수요 감소에는 적절한 수단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IHS마킷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그에 따른 증시 하락으로 1·4분기 소비자지출 증가율이 연환산 2.5%에서 2.0%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위축은 미국 경제에 치명타다.
이 때문에 시장은 오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FOMC에서 최소 0.25%포인트의 금리가 인하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앨리슨 슐라거 맨해튼인스티튜트 시니어 펠로는 “연준이 금리를 낮추지 않으면 증시의 추가 폭락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3월 외에 추가로 두세 차례 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완만한 금리 인하가 강력한 효과를 낼 것 같지 않다”면서도 “3월부터 6월까지 세 번에 걸쳐 0.7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확률은 낮지만 연준이 정기 FOMC 전에 긴급회의를 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01년 9·11테러 직후 두 차례 화상회의를 거쳐 금융시장 개장 전에 금리를 0.5%포인트 내린 적이 있다”고 전했다.
연준이 만기 1년 이상의 국채를 대규모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양적완화(QE)를 개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월가에서는 이르면 5월부터 연준이 QE를 재개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돈다. 앞서 파월 의장은 “다음번 경기침체 때는 국채를 대규모로 사들여 장기금리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싸울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연준이 마이너스금리를 꺼리고 있는 만큼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적은 상황에서는 QE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지금도 연준은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를 통해 초단기 자금시장에 사실상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연준을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동시에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전문가인 손성원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유럽과 일본·영국 등과 통화정책을 공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