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축의금도? … 집 산 돈 증빙서류 떼는 소비자 '부글'

'자금조달계획서' 전국 확대

투기지역서 9억 집 구입땐

예금·부동산 처분 대금 등

최대 15종 증빙서류 내야

대상 넓혀놓고 안내는 부실

장년층은 "뭘 내라는 건지..."



# 경기도 광명시에서 9억 원대 아파트를 구하고 있는 신 모 씨는 주택 구입자금에 대한 자금출처 증명대상이 확대되면서 골치를 썩고 있다. 한 예로 신씨는 5,000만 원 가량의 본인 결혼식 축의금을 집값에 보태려 하는데 이게 가능한지, 아닌지에 대해서 명확히 설명해주는 곳이 없다. 구청에 문의했지만 “부모의 돈으로 인정돼 증여세를 내야 할 수도 있다”면서도 “일단 제출하라”고 모호한 답변만 받았다. 이밖에도 주식계좌 2곳, 은행계좌 5곳 등 7~8곳의 금융기관 입출금 내역과 주식거래 내역 등을 일일이 출력해 정리하다 보니 내야 할 서류는 30장이 훌쩍 넘었다. 입출금 내역을 증명해야 할 거래 내역을 다시 찾다 보니 과거의 주식거래 관련 서류까지 뒤져야 했다. 신 씨는 “편법이나 불법은 전혀 없는데도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 확대된 주택 구입자금 출처 조사 = 2일부터 주택 거래 시 정부의 ‘고강도 실거래 조사’ 대상이 되는 지역이 대폭 늘어나고 관련 제출 서류가 늘면서 주택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부터 서울을 비롯해 경기 과천과 광명, 성남 분당구 등 전국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 원 이상의 집을 구매하는 경우 최대 15종의 ‘증빙서류’를 내야 한다. 다른 지역 구매자들도 안심할 수는 없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지역도 현행 투기과열지구(3억 이상)에서 전국으로 확대되기 때문. 이에 맞춰 실거래 조사지역도 전국으로 확대된다.


본지가 부동산 카페와 일선 중개업소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택거래 자금 증빙을 해야 할 대상자는 늘고 있지만 당국의 지원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구매자가 예금과 주식, 증여, 부동산 처분 대금 등의 자금을 모두 모아 주택 자금을 댔다면 최대 15종의 서류를 직접 준비해 제출해야 한다. 계좌 입출금 내역만 내는 게 아니라 계좌에 찍힌 자금의 출처 또한 소명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서류는 더욱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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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관계자는 “15종을 무조건 다 내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자금 조달 관련 서류만 내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제출하는 서류는 훨씬 적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값 상승으로 대부분 구매자들이 분산된 전 재산을 쏟아 붓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관되는 서류의 종류는 많을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집 샀다고 죄인이냐” 소비자 ‘분통’=정부의 ‘때려잡기’ 식 규제에 소비자들은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특별한 편법·불법 의혹이 없더라도 집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복잡한 ‘증명 서류’를 직접 찾아 제출하면서 본인의 결백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집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고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서류 발급 등에 익숙하지 않은 장년층은 어려움이 더욱 크다. 구청에서 자금출처 자료 제출 요청을 받은 70대 A 씨는 “설명 자료를 봐도 어떤 자료를 내야 하는지 몰라서 자녀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자료를 찾았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무분별한 자금 출처 조사 대상 확대가 의도한 정책 효과보다 시장 위축 등 부작용을 더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가뜩이나 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는 와중에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욱 키울 것”이라며 “규제 일변도로 나갈 것이 아니라 경제 상황을 보면서 정책적 배려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불법적인 행위가 발견됐을 때 제한적으로 조사를 해야지 구매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며 “주택거래허가제와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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