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해온 20대 A씨는 최근 입사 두 달 만에 회사를 관둬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물리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 수가 평소 대비 반토막이 나면서 병원 측이 권고사직을 통보한 것이다. 3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A씨는 “권고사직은 불법이지만 병원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반발할 수도 없다”며 “다른 병원의 20~30대 직원들도 1주일씩 돌아가면서 무급휴가를 쓰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2030’ 청년들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바닥경기가 얼어붙고 시민들의 외출 자제로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잇따라 해고되는 것은 물론 사정이 어려운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무급휴가와 권고사직의 첫 번째 타깃이 되고 있다. 40~5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정규직·계약직 등이 많은 젊은 층이 유독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경기도 수원의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B씨는 올 4월까지 일하기로 돼 있었지만 지난달 25일 “미안하다.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듣고 해고됐다. 가게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단체회식이 끊기면서 식당 주인이 해고 통보를 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벌이면서 면대면 접촉이 불가피한 곳에서 일하는 청년들도 해고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의 네일숍에서 근무하는 20대 후반 C씨는 “가게 매출이 평소 대비 3분의2가량 줄어서 조만간 해고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모아둔 돈도 없는데, 다른 업계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막막하다”고 전했다.
아르바이트가 아닌 고용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2030 청년들도 무급휴가나 권고사직 리스트에 첫 번째로 오르고 있다. 충북 청주의 한 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30대 초반 강사 D씨는 지난달 말부터 무급휴가에 들어갔다. 학원 규모도 크지 않은데다 수강생이 전년 말 대비 50% 가까이 줄어 직원 중 가장 나이가 적은 D씨가 제일 먼저 무급휴가 대상이 됐다. 서울 송파구의 한 병원은 최근 대학을 갓 졸업한 물리치료사에게 권고사직을 권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연차가 낮은 젊은 직원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본다”며 “또 가정이 있는 40대 이상보다는 청년층이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권고사직의 우선순위가 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일자리 자체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알바천국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알바썰’에는 ‘채용 면접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코로나19가 심해지니 보러오지 말라고 했다’며 구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국내의 한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도 지난 2월 중순 신규 바리스타 채용을 완료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때까지 대구·경북 지역은 대기발령 상태를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E씨는 “정부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해고를 당하거나 휴업 상태인 청년들에 대한 지원도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동훈·이승배·김혜린·곽윤아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