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인터뷰] 류현경, 타고난 긍정주의자 “전 마음이 풍족합니다”

‘기도하는 남자’서 신의 시험대에 놓인 목사의 아내 역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놓지 말라”

“버스를 못 타도 두 발로 걸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어요.” 타고난 긍정주의 류현경은 지난 24년간 아무리 힘들어도 배우 일을 포기하고 싶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아르바이트를 하면 됐고, 그래도 돈이 없을 땐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당장 버스비가 없어서 막막할 땐, 건강하게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류현경의 이런 긍정적인 태도는 약 30여 년 전 엄마가 전한 한마디로 시작됐다. 이후 그의 마음 속엔 ‘지나고 나면 별 일 아니단다’라는 생각이 단단히 뿌리내리게 된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류현경은 산수경시대회에 나가서 70점대를 맞고 상심이 컸다고 한다. 그런 딸을 본 엄마는 ‘별 일 아니다’고 말하며 딸을 격려했다. 그렇게 인생의 교훈처럼, 어느 땐 명언처럼 가슴 속에 각인됐다. 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밥 먹고 살 정도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자, 마음적으론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함께 출연한 박혁권 배우가 보다 현실적이고 냉철하다면, 류현경은 이와는 정반대였다. 일례로 미워하는 사람을 보는 게 너무 싫다는 한 관객의 말에 박혁권은 ‘자기를 다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미워하세요’란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았다면, 류현경은 “그 사람의 좋은 면을 찾아보세요”란 답을 해줬단다.




1996년 드라마 ‘곰탕’에서 배우 김혜수의 아역으로 데뷔한 이후 24년간 배우로 살아온 류현경. 독립영화인 ‘기도하는 남자’에서 5천만원을 마련해야 하는 경제난과 시험대 앞에서 고민하는 아내이자 딸의 모습을 공감대 있게 그려냈다. 무거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정인의 믿음과 굳건한 강인함이 행간 사이에서 보여지는 시나리오가 그의 마음을 잡아 끌었다.


아내 정인은 자기 확신이 강한 인물이다. 신에 대한 믿음보다 자기 혹은 가족에 대한 믿음이 큰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고자 했다. 류현경은 “절대적인 신에 대한 기도가 아니라, 이 여성은 자신과 가족에 대한 믿음을 단단하게 가지고 기도를 드리는 사람이란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어떤 특정 종교 안에 갇히기보다 강한 확신을 지닌 인물로 보이길 바랐고, 어려운 상황에 놓였더라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놓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제목 그대로 목사 이야기라고 해도 되지만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로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 엄마의 선택을 보면서 열린 결말임에도 ‘결국 신은 엄마가 아니였을까’란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자신이 대한 믿음이 강한 ‘정인’이란 인물과 류현경의 접점은 많아 보였다.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지녔다는 점. 또 엄마에 대한 믿음 역시 강하다는 점이 그렇다. “엄마가 절 알게 모르게 긍정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은근히 유도했던 것 같다”고 말한 류현경은 “믿음과 사랑으로 낙관하는 정인의 모습이 나와 닮았다. ”고 자평했다.







30대를 훌쩍 넘겼지만 평소에도 엄마한테 어리광을 부리면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 털어놓는다는 류현경. 그의 어머니는 딸의 기쁨과 슬픔, 고민 모두를 들어주신다. 게다가 딸이 나온 작품은 꼭 유료관객으로 극장을 찾는단다. 그는 “저에게 신은 엄마다. 힘든 게 있어도 엄마에게 다 이야기한다. 그럼 진짜 엄마가 정말 신처럼 내 마음에 안정을 주는 말을 해주신다“고 말하며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평생 연기하겠다’고 다짐한 류현경은 노년까지도 연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더 신중해지고 책임감이 커진다고 했다. 아니 약해지려고 할 때마다 힘을 내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직업적으로 봤을 때 은퇴하지 않고 평생 할머니가 될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힘이 된다. 긍정적인 면이 학습된 학생 같나요? (웃음)”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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