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민 절반 이상이 ‘일상이 정지했다’고 느낀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뉴스를 접할 때 떠오르는 감정으로 ‘분노’의 비중도 대폭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한국 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 25일~28일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절반 이상 정지된 것으로 느낀다’는 응답이 59.5%로 나타났다. 이는 유 교수 연구팀이 지난 1월 31일~2월 4일에 진행한 첫 설문조사보다 48%보다 10%포인트 늘어난 결과다. 반면 일상에 변화가 없다는 응답자는 10.2%에서 4.2%로 6%포인트 감소했다.
국민들은 이번 조사에서도 불안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왔지만 ‘분노’를 느끼는 응답자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차 조사 당시 ‘코로나19 뉴스를 접할 때 떠오르는 감정’에 대해 응답자는 불안(60.2%)·공포(16.7%)·충격(10.9%)·분노(6.8%) 등을 꼽았다. 이번 조사에서도 불안이 48.8%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분노는 21.6%로 지난번보다 두배 가량 ‘폭증’했다. 이어 충격(12.6%)·공포(11.6%)·슬픔(3.7%)·혐오(1.7%)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위험성에 대한 인식도 악화됐다.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지난 조사에서 12.7%가 나왔지만 이번에는 19.8%를 기록했다. ‘위험성이 낮다’는 응답은 42.7%에서 29.2%로 감소했다.
이에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 학회장을 맡고 있는 유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국민감정의 양상이 달라졌다”며 “사망자가 늘고, 마스크를 구할 수 없고, 자가격리 규칙을 어기는 사례를 접하며 느끼는 불안은 불신과 결합하는 것이기에 책무성이 강화된 위기소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경북(TK) 지역 응답자들은 다른 지역보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느꼈다. ‘스스로를 무기력하고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한다’는 응답자는 65%로 전체 58.1%보다 높았다. ‘내가 보기에 아주 정의에 어긋나고 불공정하다’(TK 76.3%·전체 67.4%), ‘내 감정에 상처를 주고 상당한 정도의 울분을 느끼게 한다’ (TK 71.2%·전체 60.5%) 등에서도 전체 평균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유 교수는 “대구 지역사회의 정신심리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 조사 결과보다 6.5%포인트 늘어난 81.1%를 기록했다. 반면 청와대에 대한 신뢰도는 8.1%포인트 하락한 49.5%를,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6.5%포인트 하락한 39.9%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