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개점휴업 상태였던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대주주 요건 족쇄를 풀고 정상화 궤도에 오르게 됐다.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의 마지막 문턱을 넘어서면서 정상영업을 위한 자본금을 수혈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애초 계획대로 KT를 대주주로 변경하고 즉각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 초과 지분 보유 승인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삭제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5일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되면 개정안은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그동안 이 조항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을 만들어 혁신금융을 활성화하겠다던 특례법의 취지를 무력화한다는 논란을 샀다. 국내 ICT 산업의 과점성을 고려하면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을 기존 금융사와 똑같이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KT를 최대주주로 세우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려던 케이뱅크는 이 규정 때문에 1년 넘게 발목이 잡혀 있었다.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금융당국이 지난해 4월 이 규정을 근거로 KT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종잣돈이 없는 케이뱅크는 거의 모든 대출을 중단한 채 고사 위기에 놓였다.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와는 가입자 수가 10배까지 벌어졌다.
이번 법 개정으로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은 케이뱅크는 영업 정상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우선 KT는 중단됐던 대주주 자격심사를 다시 요청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가 “심사 중단 사유가 해소되면 심사를 즉각 재개하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다른 결격 사유가 없다면 큰 어려움 없이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주주단과 증자 규모·일정 등을 조율해온 케이뱅크도 협의에 탄력을 받게 됐다. 케이뱅크 안팎에서는 주주단이 최소 5,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통해 현재 5,051억원인 자본금을 1조원대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제2 인뱅인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1조8,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난 상태다. 케이뱅크는 실탄만 마련되면 이미 준비를 마친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은 물론 편의점주 사업운영자금대출과 같은 신개념 상품도 신속히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이날 법사위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도 함께 통과시켰다. 발의된 지 9년 만이다. 이 법은 금융사의 금융상품 판매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소비자 권리를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금융사가 설명의무·부당권유 행위 규정을 위반하면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고 금융사가 설명의무를 소홀히 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위법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책임을 금융사가 지도록 했다. 이 밖에도 위법계약해지권·청약철회권·판매제한명령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실효성 확보 수단이 대거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