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나는데 무리하게 출국했다가 현지에서 격리되면 그게 더 문제죠. 번거롭더라도 발열 검사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요.”(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하는 50대 A씨)
5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3층 출발층. 보안구역인 탑승게이트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탑승객들이 체온 측정을 받고 있었다. 탑승권 확인에 앞서 이뤄진 체온 측정은 열화상카메라와 비접촉 체온계로 진행됐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가던 한 승객은 짐을 놓고 이마 위 머리카락을 치워 측정에 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꿔놓은 인천공항의 풍경이다.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날부터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여객을 대상으로 ‘3단계 발열 체크’를 시범 도입하고 오는 9일 오전9시부터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우려에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가 많아지자 내놓은 대응책이다. 발열 확인은 총 3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우선 공항터미널 안으로 들어오면 열화상카메라를 통한 발열 확인이 진행된다. 이후 탑승게이트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열화상카메라뿐 아니라 비대면 체온계로도 체온 측정이 이뤄진다. 이때 37.5도 이상(미국은 38도 이상)이면서 발열자에 대한 입국 제한 요청이 있는 나라로 향하는 승객의 경우에는 발권이 취소된다. 미국·중국·아랍에미리트(UAE) 노선의 경우에는 비행기 탑승게이트에서도 발열 체크를 다시 한번 실시한다. 발열이 확인되면 탑승이 거부된다.
이날 인천공항을 찾은 승객들은 발열 확인이 ‘필요한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온 나라가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니 모두가 따라야 한다”며 “번거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오카로 향하는 B씨 역시 “항공사에서 발열 체크를 진행한다고 문자를 받았다”며 “요즘 공항에 사람 자체가 적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체온 측정을 진행하는 공항 직원 역시 “승객 모두 흔쾌히 응해주신다”며 “아직까지 큰 혼란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전 공지를 못 받은 일부 승객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영국으로 출국하는 C씨는 “공항에서 연락이 안 왔고 발열 체크는 뉴스를 통해 접했다”며 “사람은 적지만 발열 체크를 세 번이나 하면 서둘러야 할 것 같다”며 짐 카트를 서둘러 굴렸다. 여행차 한국에 왔다가 중국으로 돌아가는 여행객 D씨 역시 “공항이나 항공사로부터 연락을 못 받았다”며 “터미널을 헷갈린 탓에 시간이 지연됐는데 빨리 가야겠다”고 전했다. 뉴스를 통해 이번 지침을 접했다는 한 남성은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을 것 같아 아내를 재촉해 서둘러 왔다”며 “출국하는 사람들에게는 미리 알려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영종도=한동훈·곽윤아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