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 방문객에 대해서만 입국 차별을 하거나 같은 감염국인데도 제재 수위를 높이는 국가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립되는 나라 중 하나가 되고 있어 교민·여행객 보호는 물론 국내 입·출국자에 대한 새로운 외교 전략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한국에서 오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금지를 내린 명분은 ‘최선의 보호와 코로나19 전파 속도 지연’이었다. 또 한국에 대해서만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한국보다 사망자가 훨씬 많은 이탈리아에 대해서는 입국을 여전히 열어둔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가 이탈리아보다 5배나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주는 이탈리아에서 출발한 외국인에 대해서는 체온 측정과 검역 질문서 제출 등 입국 전 검역 절차를 강화하는 조치만 내렸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를 방문한 한국인은 24만9,000여명에 이른다.
외교부는 호주의 이 같은 결정에 즉각 항의했지만 바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이날 곧바로 주한 호주대사를 서울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호주 측에서 입국을 금지한다고 사전에 알려주기는 했다”며 “일주일간 우선 제재를 적용하고 추후 연장 여부를 따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호주 측에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강조하고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다른 감염국과 차별 조치를 받는 것으로도 모자라 같은 감염국조차 한국인에 대해 입국제한 강도를 높이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이미 중국의 17개 성·시가 입국 한국인을 격리하고 있는 데 이어 일본까지 한국발 입국제한 권역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한국이 ‘고립무원(孤立無援)’ 처지에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입국제한을 건 지역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뿐이다. 이조차 중국이 이미 후베이성에 지역 봉쇄 조치를 내린 뒤인 2월4일에 이뤄졌다.
호주의 합류로 한국에 대한 입국금지·검역 강화 등 각종 제한을 둔 국가는 총 98개국으로 늘게 됐다. 특히 호주나 일본 등 동남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방역 능력이 비교적 상위권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이다. 이는 지난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역 능력이 없는 국가가 입국금지라는 투박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주장과도 배치되는 흐름이다. 이미 유엔회원국(193개국)의 절반을 넘은 데 이어 현 추세대로라면 곧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을 포함한 100개국 이상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편 베트남 공공시설 등에 격리된 한국인 276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신속대응팀은 이날 오전 태국 항공기를 타고 현지로 떠났다. 총 3개팀, 12명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은 하노이·호찌민·다낭으로 파견돼 격리해제 교섭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지참한 신속대응팀은 우선 일주일간 현지에 체류한 뒤 활동 기간 연장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신속대응팀을 격려한 강 장관은 “(한국발 입국제한 조치 국가들이) 자국 내 방역시스템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설명을 한다”며 “국내 상황이 진정되면서 여러 제한 조치가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