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까지 하차하며 조 바이든 전 미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간 양강대결로 구도가 좁혀졌다. 14개 주 경선이 동시에 치러진 지난 3일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대승을 거머쥔 바이든은 여론조사 지지율로도 샌더스를 제치며 파죽지세를 보이고 있다. 두 후보는 차기 승부처로 꼽히는 미시간주 경선을 놓고 진검승부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워런 의원은 5일(현지시간) 민주당 경선에서 하차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대통령이 되기 위한 선거운동을 중단한다고 (참모들에게) 발표했다”고 전했다. 다만 나머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할지에 관해서는 “이 문제에 대해 공간이 좀 필요하다. 좀 더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워런은 지난해 10월 한때 민주당 후보 중 지지율 1위로 올라서며 진보 진영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올해 2월 본격적인 경선이 시작되면서 단일 국민건강보험(메디케어포올) 도입 등 워런과 유사한 공약을 내세운 샌더스가 대세론을 펴며 치고 나오자 미풍에 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워런은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에서 3위를 한 데 이어 뉴햄프셔와 네바다·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4∼5위에 그쳤다.
미 정가는 워런이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았다는 데 주목했다. 진보 성향의 워런은 이념적으로 샌더스와의 교집합이 크지만 “여성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샌더스의 발언으로 급속히 냉각된 둘의 관계가 지지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바이든이 중도 하차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시장,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 중도 성향의 후보 세 명으로부터 지지를 얻은 반면 샌더스는 다른 후보의 지지를 전혀 확보하지 못해 외연 확장에 애를 먹는 상황이다. AP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샌더스 캠프가 외부의 지지가 부재한 어려운 국면에서 향후 선거전략을 놓고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더욱이 샌더스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게 역전되면서 더욱 다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슈퍼화요일 직후인 지난 4~5일 민주당원 5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전 부통령이 45%, 샌더스 의원이 32%의 지지를 받아 격차가 13%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바이든이 54%를 얻은 반면 샌더스는 25%에 머물렀다.
앞서 2월28일~3월2일 진행된 같은 조사에서는 샌더스의 지지율이 11%포인트 차로 바이든을 앞섰지만 슈퍼화요일을 기점으로 24%포인트가 역전된 셈이다. 바이든은 3일 슈퍼화요일에 10곳에서 이기는 대승을 거뒀다.
바이든과 샌더스는 오는 10일 6차 경선에서 진검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이 경선은 아이다호·미시간·미시시피·미주리·노스다코타·워싱턴 등 6개 주에서 352명의 대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라 ‘미니화요일’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이들 주 가운데 미시간주가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대의원이 125명으로 가장 많은데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본선 무대에서 탈환해야 할 ‘러스트벨트 (쇠락한 공업지역)’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17일 대의원 577명을 뽑는 4개 주(애리조나·플로리다·일리노이·오하이오) 경선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린다. NYT는 “미시간은 교외 거주자, 흑인과 노동자 계층 백인 유권자에 대한 주자들의 호소력을 시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후보의 승부는 민주당 대의원 3,979명의 과반인 1,991명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로 판가름난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의 집계에 따르면 바이든이 627명, 샌더스가 551명을 확보한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월이 지나면 민주당 대의원의 약 3분의2가 선출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맞설 후보가 누가 될지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