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환자는 물론 다른 증상의 환자들도 감염 걱정 없이 진료를 받는다는 뜻에서 정부가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한 경기도 분당제생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방역체계에 큰 구멍이 뚫렸다. 경상북도 경산시와 봉화군에서는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하며 ‘코로나19’의 긴장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대구·경북 지역 내 요양원 등 집단시설의 일제 점검에 나섰다.
6일 발생한 분당제생병원의 집단 감염은 은평 성모병원, 성동구 주상복합 아파트, 수원 생명샘교회 등에 이어 수도권에서 발생한 네 번째 사례다. 특히 분당제생병원은 지난달 27일 호흡기 환자와 비호흡기 환자를 분리해 의료기관 내 ‘코로나19’ 감염을 차단한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충격이 더 크다. 병원 내 첫 확진자는 지난 3일 폐렴 증세로 응급실을 찾은 74세 남성으로 전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병원측은 이날 0시30분부터 외래진료와 응급실 진료를 중단하고 입원실 재배치와 방역에 돌입하는 한편 첫 번째 전파자로 추정되는 환자와 동선이 겹치는 병원 직원과 의료진, 환자 등 171명의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 중이다. 그 결과 74세 남성과 응급실에서 밀접접촉한 77세 여성 환자와 의료진, 보호자 등 8명이 추가 확진됐다.
방역 당국은 역학조사에 나섰지만 아직 오리무중이다. 우선 74세 남성과 77세 여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폐암 환자로 지난달 25~28일 병원 본관 8층 81병동에 함께 머물다 퇴원했으며 이달 1일 딸꾹질과 무기력증 등으로 응급실을 함께 찾았다. 이날 74세 남성은 치료 뒤 귀가했지만 77세 여성은 다시 입원했으며 이후 81병동 의료진, 환자, 보호자 등과 함께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병원 측은 “두 환자 모두 항암치료 후유증 등으로 판단했고 호흡기 증상이 없어 ‘코로나19’ 의심 환자로 분류할 상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민안심병원 진료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남시는 병원 직원과 환자 등 1,500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고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 입원자는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을 검토 중이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이날 긴급브리핑을 열고 “1일 오후6시 이후부터 현재까지 분당제생병원 81병동 입·퇴원 경력이 있거나 병문안을 한 이력이 있으면서 발열·호흡기 증상이 있는 시민들은 분당차병원·분당보건소 등 가까운 선별진료소에서 진료받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날 충남 천안과 아산에서는 줌바댄스 강사 등 4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는데 생활체육시설 관련 확진자만 누적 88명에 이른다. 방역당국은 15일 대구를 포함한 전국 줌바 강사들이 천안에 모였던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경로를 파악 중이다.
경북은 지난달 19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하루 최대인 123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누적 확진자도 984명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대구와 동일 생활권으로 5일 정부의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에 지정된 경산은 여전히 신천지 교인들의 확진이 이어지고 있다. 누적 환자 404명 중 신천지 관련은 274명(67.8%)에 달한다. 행복요양원에서도 7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봉화 푸른요양원은 누적 확진자가 49명으로 늘었고 요양원 확진자가 입원한 인근 해성병원은 병원을 폐쇄한 뒤 다른 환자와 의료진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
청도 대남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는 군립 청도 노인요양병원에서도 확진자 3명이 나왔다. 이 병원은 대남병원 집단발생 이후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 중이다. 5일 0시 격리해제를 앞두고 시행한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코호트 격리도 더 연장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6일 오후4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196명 늘어난 6,284명으로 누적 확진자의 71.7%는 집단발생과 연관된 것으로 집계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의료기관 등을 중심으로 집단 발생 사례가 확인되는 만큼 각 지자체는 해당 시설과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갖춰달라”고 말했다.
이날 대구에서 고혈압과 당뇨를 앓던 80세 남성이 음압병실에서 호흡곤란으로 숨졌고 4일 봉화해성병원에 입원한 사망자가 뒤늦게 양성으로 나오며 국내 사망자는 44명으로 늘었다. 기계호흡을 하는 위중 환자 31명을 포함해 57명이 중증 이상이어서 사망자는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