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연휴 직후인 1월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퍼진 후 한 달 사이에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했습니다. 7일 0시 기준 확진 환자는 6,767명, 사망자는 4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옮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최소한의 동선으로 생활하는 요즘입니다.
영화관 등 문화·여가 시설이 텅텅 비고 식당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습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한 행렬만 약국과 잡화점 곳곳마다 길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민간 소비으로 위축으로 인한 경기 충격을 우려해 2조605억원 규모의 소비쿠폰을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쿠폰 발행이 코로나19로 닫힌 지갑을 열게 할지는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7대 소비쿠폰’ 취약계층 생활안정에 초점
=소비쿠폰 사업은 일자리·특별돌봄·저소득층·휴가·문화·관광·출산 쿠폰으로 구성됐습니다. 대부분이 저소득층과 노인, 취약계층의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 189만 명에게 월 17만~22만원(2인 가구 기준)씩 8,506억원을 풀고,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 보수도 22% 올려줍니다. 하지만 이는 소비 진작이 아닌 ‘소비 대체’의 효과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사용기한이 상반기 중 끝나는 소비쿠폰을 미리 사용하기 위해 소비를 늘리기 보다는 기존에 써야 할 돈을 소비쿠폰으로 대체하는 셈입니다..
또 만 0~7세 아동(263만 명)을 기르는 가구는 아동 1인당 월 10만원씩, 40만원어치 ‘공짜 상품권’을 받게 됩니다. 또 각각의 요건에만 맞으면 상품권을 중복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가정도 개학 연기와 휴교로 자녀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건 똑같은데 아동수당 혜택을 받고 있는 가정만 1조원을 더 주는 건 소비 진작의 효과가 없을뿐더러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외부활동 꺼리는데, 소비쿠폰은 대면 소비용
=정부 한쪽에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요청하고 다른 한쪽에선 무료 상품권을 주며 쓰라고 하는 것이 상반된 메시지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기업들도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임산부·노약자·기저질환자 등은 정부에서 외부 활동을 자제할 것을 연이어 호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쿠폰 중 일부인 지역사랑상품권을 오프라인 소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곳은 지자체 2곳밖에 없습니다. 직접 시장에 가서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역사랑상품권의 사용기한이 5년으로 길다는 점도 소비 진작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지 않는 일부 지자체에서 소비쿠폰으로 대신 지급하는 온누리상품권 역시 사용기한이 5년입니다. 사용할 수 있는 기한이 길기 때문에 당장 사용하지 않고 소비쿠폰을 묵혀둘 가능성이 있습니다.
◇차라리 마스크 생산예산으로 쓰라는 지적도
=민간 소비 위축을 방어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어차피 세금 부담으로 돌아오는만큼 차라리 방역이나 마스크 생산, 구입 부담을 줄이는 데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서 정부가 마스크 수급 안정호 대책으로 국내 마스크 일일 생산량의 80%를 공적 물량으로 가져가겠다고 하면서 일부 마스크 제조사들이 오히려 생산을 줄이거나 공장 문을 닫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부가 제안한 가격이 생산원가 대비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정부는 6일 부랴부랴 업체 달래기에 나서 마스크 지급단가를 기준가격 이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마스크가 없어서 밖에 나갈 수가 없다”, “있는 마스크를 아껴쓰고 최대한 바깥에 나가려 하지 않는다”는 등의 푸념 글들이 올라옵니다. 소비 위축의 큰 이유는 코로나19 감염의 공포인 만큼 마스크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지원을 하거나 방역에 초점을 맞춰 바깥 활동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면 소비가 자연히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정부가 돈을 푸는 소비쿠폰도 코로나19의 두려움을 막지 않고서는 변죽을 울리는 것에 그칠 뿐이라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돼야 재정정책이든 통화정책이든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코로나19의 치사율이 낮은게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댐이 무너진다고 했을 때 사람들 눈에 댐이 갈라지는게 보이면 그 근처에 가지 않으면 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치사율은 낮지만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걸릴지를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엄청 크다. 공포의 성격이 다른 셈이다. 확률이 100만분의 1이라고 해도 내가 걸릴 경우 문제가 되기 때문에 아무도 경계를 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