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조짐으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짙어져 안전자산 채권의 선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깜짝 금리인하’에 나서자 한국은행도 올해 두 차례(0.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며 국고채 3년물의 금리가 곧 ‘0%대’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국고채 3년물의 금리는 전주 대비 2.6bp(1bp=0.01%포인트) 하락한 1.078%에 마감했다. 국고 3년물 금리는 주중 1.01%까지 떨어지는 모습도 나타났다. 국고채 금리가 1% 아래로 떨어질지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국고채 금리 0% 진입은 시간문제’라는 예상이 나온다.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실물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해 채권에 대한 쏠림이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한국의 기준금리가 0%대가 되는 이른바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은 국고채 0%를 예상하는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이달 중 국고채 3년물의 금리가 0%대로 떨어진다면 채권시장에서 한국이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갈 수 있음에 베팅했다는 의미다. 이미 시장에선 4월 기준금리 25bp 인하는 고정 상수로 보고 있다. 지난 2월 20일부터 국고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1.25%) 아래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5월 또는 하반기 금리 인하를 한 차례 더 내려 한국 기준금리가 0.75%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채권 시장은 이를 반영해 국고 3년물 금리가 0.8~0.9%대를 나타낼 것이란 예상이다.
최근 미국을 앞세워 호주, 캐나다, 홍콩 등이 기준금리를 25~50bp씩 내리자 한국도 글로벌 금리 인하 릴레이에 동조할 것이라는 기대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특히 미국의 경우 연준이 올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50bp 추가로 더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늘어가며 지난주 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미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6일 장중 0.66%까지 떨어지는 초강세장을 나타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은 한국에 더 심각하게 발휘될 수밖에 없다”며 “이를 감안하면 0%대 기준금리 도달 가능성도 점차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고 이달 중 국고 3년물의 0%대 진입을 예상한다”고 했다.
반론도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 이후 이주열 총재가 밝힌 입장을 보면 추가 기준금리 인하는 힘들 것으로 본다”며 “현 채권 시장은 과열국면이어서 곧 금리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금리가 급격하게 낮아지더라도 외국인들의 자금 유출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금리 하향 추세인 데다 외국인들이 원화채를 투자할 때 원화 조달 비용 지표인 CRS 스프레드(CRS금리와 IRS금리 격차)는 외인들에게 매력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CRS 스프레드는 1년 구간에서 약 50bp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가령 외인들이 국고 1년에 투자했을 때 채권 금리(1.05%)에 0.5%포인트를 추가로 얻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배경에 외국인들은 이달 9,164억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