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문 열수록 손해지만 맘대로 문도 못 닫아요”

불황에 코로나 덮친 자영업자들

재택근무 확산에 매출 곤두박질

재고·인건비에 적자 눈덩이라도

임대차 계약 등 묶여 휴업도 못해

재난 준하는 별도의 지원책 필요

최근 서울의 한 백화점 식당가. 저녁 시간대지만 찾는 손님이 없어 썰렁하다./심기문 기자최근 서울의 한 백화점 식당가. 저녁 시간대지만 찾는 손님이 없어 썰렁하다./심기문 기자



“요즘 같을 때는 장사하는 게 더 손해인데도 ‘울며 겨자먹기’로 문을 열수밖에 없어 답답하네요.”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식당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점심저녁 시간에도 사람들을 보기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손실 규모를 줄이고자 휴·폐업에 나서는 상인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일부 상인들은 임대차 계약, 본사와의 관계 등의 문제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A씨 식당 매출도 현재 하루 30만원이 간당간당하다. 월 관리비만 300만원에 달하는 마당에 임대료, 매출수수료,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차라리 휴업하는 게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계약서상 영업시간이 정해져 있어 휴점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A씨는 “미관상 이유 등으로 백화점 측에서 휴점을 허락할 리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옆 일식당 점주도 비슷한 이유로 최근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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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송파구 한 빌딩의 지하 1층의 한 식당. 빌딩 입주 기업들의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대부분 식당에 손님이 듬성듬성했다./허진 기자5일 서울 송파구 한 빌딩의 지하 1층의 한 식당. 빌딩 입주 기업들의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대부분 식당에 손님이 듬성듬성했다./허진 기자


경기도의 한 아울렛에서 브랜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B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로사 19 사태에도 브랜드 본사와 계약 때문에 장사가 안되더라도 휴일과 운영시간을 임의로 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사는 안돼 재고가 쌓이는 데도 설상가상 본사에서 나오는 팔리지 않는 신상도 주는 대로 받아야 했다. B씨는 “6개월만 더 가도 손해가 1억 원을 넘어선다”고 토로했다. 결국 그는 계약서상 일시적인 휴점이 쉽지 않자 그동안 떠안은 의류 재고를 떠안는 조건으로 폐점을 결정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에 위치한 한 빌딩의 지하 식당가 상인들도 임대차계약 내용에 가로막혀 역시 마음대로 휴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상인들은 쇼핑몰 업체 쿠팡 등 같은 빌딩에 입주한 기업들이 일제히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손님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곳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C씨는 “휴업하면 월 손해액이 1,000만원이지만 가게 문을 열면 2,000만원에 이른다”며 “휴업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해당 빌딩은 여러 기업 등이 참여한 부동산 펀드가 운영을 맡아 휴업 허용을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식당가의 경양식당 점주는 “최근 임대인측을 만났지만 소유자가 아닌 대리인들이라 얘기가 잘 먹힌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때문에 임대차 계약이나 본사 지침에 의해 휴업조차 어려운 소상공인들에 대해 별도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창 글로벌프랜차이즈협의회장은 “본사, 임대인과의 계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인만큼 가맹비를 깎아주거나 하는 등 통상적 계약 관계에서 벗어나는 특단의 대책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허진·심기문기자 hjin@sedaily.com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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