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저녁 서울 삼성동의 한 ‘마스크 창업 전략 교육’ 현장. 평일 유료 강의임에도 십 여명의 예비 창업자들이 마스크를 끼고 앉아 마스크 공정과 장비, 수익 분석에 열을 올렸다. 대구에서 올라온 최 모 씨는 “가업으로 50년 넘게 운영하던 석재 공장이 지난해 말 문을 닫았는데 그 자리에 마스크를 제작하는 게 어떤지 알아보러 왔다”고 말했다. 이 교육을 주최한 제품전략 컨설팅 업체 월드팩토리의 박서우 대표는 “하루에도 문의 전화만 백 통 이상”이라며 “다만, 단기 수익만 노리는 건 위험하고 꼼꼼히 사업을 준비한 뒤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대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마스크 제조사 창업에 나서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판매를 위해 품목 허가를 받은 보건용 마스크 개수는 총 252개로, 지난 1월 103개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전년 동기(24개)와 비교하면 10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허가받은 보건용 마스크가 440개였음을 감안하면 올 들어 단 두 달 만에 작년의 80.6%(355개)를 채웠다. 의약외품인 보건용 마스크는 출시 전 식약처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증받아야 판매할 수 있는데, 정부는 마스크 공급 속도를 늘리기 위해 신규 제조 공장의 인허가 절차도 간소화한 상태다.
이처럼 창업 수요가 급증한 이유는 돈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마스크 원가가 장당 250원 안팎인데, 장당 100원씩만 이익을 남겨도 한 달에 1억원 이상 벌 수 있다는 식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과 비용이다. 이미 품귀 현상으로 중국에서 마스크 제작 설비를 가져오는 데만 150일은 걸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공장 허가, 샘플 테스트, 품목허가 등도 거쳐야 한다. 제대로 공장 운영을 시작하려면 6개월은 걸린다는 게 중론이다. 초기 투입 비용도 생산 기계를 포함해 공장 임대료, 준 클린룸 설비 등을 고려하면 한 대당 3억~4억원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스크 주재료인 멜트블로운(MB) 부직포 등의 가격도 껑충 뛰어 생산비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표는 “급하게 공장을 마련하느라 불량 설비를 구입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다”며 “판로를 확보하고 5년 이상 내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일시적 수급 불안정만 보고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며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마스크 생산이 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