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큐레이터는 누구이고,큐레이팅은 무엇인가?

■웨이즈 오브 큐레이팅(Ways of Cutating)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지음

양지윤 번역, 아트북프레스 펴냄




“큐레이팅이라는 개념의 유행은 현대적 삶의 특징과 잘 부합한다. 우리는 아이디어의 재생산 원 데이터, 처리된 정보, 이미지, 학문 지식, 다양한 재료와 제품을 매일 목격한다.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인터넷의 폭발적 영향력이 분명해진 오늘날, 큐레이팅의 유행은 앞으로 일어날 더 거대한 변화의 시대의 서두에 불과하다.”

‘큐레이팅(curating)’은 무엇이고, ‘큐레이터(curator)’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 즉 영국의 권위 있는 미술전문지 ‘아트리뷰’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미술계 파워인물 100’에서 1위를 차지했던 스위스 출신의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가 그 답을 말해준다.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큐레이터 되기’라는 부제가 붙은 새 책 ‘웨이즈 오브 큐레이팅(Ways of Curating)’이다. 오브리스트가 지난 2015년에 쓴 에세이가 번역서로 출간됐다.


책은 저자의 큐레이팅 경험과 함께 영감의 원천을 이야기한다. 1968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난 그는 고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큐레이터로서의 성장에 영향을 주었다고 밝히며, 23살 나이에 부엌에서 첫 큐레이팅 한 전시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큐레이터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경쾌하게 펼쳐 보인다. 그가 말하는 큐레이팅의 핵심은 ‘열린 사고방식과 호기심’. 오브리스트는 마니페스타(1996), 베를린비엔날레(1998), 리옹비엔날레(2007), 요코하마트리엔날레(2008) 등 중요한 현대미술제와 프로젝트들을 기획했고 빈뮤지엄과 파리모던아트뮤지엄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2006년부터는 런던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기관인 서펜타인 갤러리의 공동 디렉터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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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다(care)라는 뜻의 라틴어에 어원을 둔 큐레이터는 ‘예술을 돌보는 사람’을 뜻하며, 사전적 정의는 ‘문화예술을 연구·수집·전시·보존하는 전문가’이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이 바뀌고 개인이 접하는 콘텐츠의 종류와 양이 방대해지면서 ‘큐레이션’은 미술에 국한되지 않게 됐다. 정치·경제·언론·출판을 비롯해 먹고 마시는 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선정하고 조직하고 관리·감독하는 일’ 전체를 큐레이팅 혹은 큐레이션이라 칭하고, 이 업무를 맡은 사람을 큐레이터라 부르게 됐다. 예술 서적 전문 출판사가 내놓은 책이지만 미술계 뿐만 아니라 현대인 전체를 독자로 끌어 당기는 이유다. 다양한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특정 콘텐츠를 선정하고 연출하는 일은 큐레이팅인 동시에 마케팅에도 활용될 수 있으며, 선택이 아닌 필수 역량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나는 큐레이터의 창의성을 믿지 않는다. 나는 전시 기획자가 예술가들의 작업에 꼭 들어맞아야 할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시 제작자는 늘 대화로 시작하며, 예술가들에게 그들의 실현되지 않은 프로젝트가 무엇인지를 묻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을 찾아야 한다”는 문장에서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의 지혜가 묻어 나온다. “예술과 음악, 예술과 패션, 예술과 건축 등과의 ‘연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며, 나는 항상 이런 연계 속에서 일해 왔다”면서 최근에는 “문학과의 연계”까지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융합형 인재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양지윤 대안공간 루프의 디렉터가 번역을 맡았다. 표지는 스위스의 추상주의 작가 파울 클레(Paul Klee)가 남긴 ‘수수께끼같은 드로잉’을 재해석한 장철원 작가의 드로잉이다. 저자가 강조한 “과학과 예술의 숨겨진 관계를 함축”하고 있어 표지로 채택됐다. 1만7,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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