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에 이어 9일에도 동해 상 포격 훈련을 직접 지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한국과 미국을 직접 겨냥한 발언은 피해 추후 협상 가능성 등을 고려한 수위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일 김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들의 화력타격 훈련을 또 다시 지도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감시소에서 총참모장인 박정천 육군대장에게 전투정황을 제시하시고 훈련을 지켜봤다”며 “김 위원장이 몸소 지펴주신 훈련 혁명의 불길,전투력강화의 불바람속에서 용감한 전선포병들은 사격구령이 떨어지자 일제히 섬멸의 포문을 열고 불을 토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김 위원장이 훈련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며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들의 작전동원준비상태가 완벽한 데 대해 높이 치하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인민군대에서 포병훈련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가야 한다”며 포병 훈련의 질을 높이고 실전화하기 위한 과업들을 제시했다.
북한은 지난 2일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동해 상에 발사한 데 이어 9일 오전에도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북동쪽 동해상으로 여러 종류의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 군은 이 가운데 각각 20초, 1분 이상 간격으로 발사된 3발을 ‘초대형 방사포’로 분석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9일 훈련도 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이 아닌 포병부대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도 과거 초대형 방사포 발사 때와 같은 차륜형 이동식발사대(TEL)에 발사관 4개가 식별됐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친서를 주고 받은 지 고작 닷새 만에 이뤄졌다. 다만 이번 훈련 보도에서 미국이나 한국을 직접 겨냥한 언급은 없었다. 올 첫 방사포 발사 때인 지난 2일 장거리포병구분대 훈련 보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이번 훈련은 지난달 28일부터 동계훈련으로 시행 중인 육해공군 합동타격훈련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등으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내부결속용이라는 평가 속에 한반도 정세를 염두에 둔 듯 보도 수위를 조절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코로나19를 의식한 듯 김 위원장 주위엔 박 총참모장을 제외한 다른 간부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박 총참모장은 훈련장에서 검정 마스크를 착용했다.